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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무원부터 보건당국까지, 공에 뚫린 메르스 대응

현장 공무원부터 보건당국까지, 공에 뚫린 메르스 대응

Posted June. 17, 20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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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구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은 구청 공무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지역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공직자라는 사실에 참담하고 죄송한 심정이라고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지난달 27일 병문안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갔던 환자는 당시 동행한 누나가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자신도 열이 났음에도 대중목욕탕까지 다녀왔다. 보건복지부 예방수칙에 따르면 환자와 밀접 접촉한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보건소에 연락하고 접촉일로부터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일반인도 아닌 공무원의 수칙 불이행으로 다중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는 메르스 퇴치를 위해 국민의 협조와 시민의식, 자발적 신고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일선 공무원도 숙지하지 못할 정도면 예방수칙 안내가 제대로 될리 없다.

충북 천안의 한 중학교 교사는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한 뒤 닷새간 정상 출근을 계속해 해당 학교는 1519일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자기격리대상 통보를 받지 못했던 그는 보건소에 직접 전화해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다음날에도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교사의 대처도 안이했고 일선 보건소의 메르스 방역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2일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이 일일 모니터링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허위 보고 탓인가 아니면 거짓말을 한 것인가.

현장 공무원들의 메르스 대응 실패는 애초 첫 단추를 잘못 채웠던 윗선과 거의 판박이다. 지금까지 보건당국이 발표한 메르스 관련 정보와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치사율 높지만 전염력 떨어진다 환자와 2m 거리 유지 하면 큰 문제 없다는 발표는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잠복기 최대 14일에 기저 질환 있는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주장도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2일 일일 브리핑에서 초동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던 문형표 복지부장관의 대처가 여전히 미흡한 점은 통탄할 일이다. 처음부터 안이한 판단과 늑장대처로 번번이 골든타임을 놓친 보건당국의 지휘탑이 그대로 있으니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잡기보다 비현실적 낙관론으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중국을 강타한 사스의 퇴치 과정에서 전환점은 베이징 시장의 전격 교체에서 시작됐다. 정보 은폐로 불신을 샀던 시장 대신 2004년 왕치산 하이난성 당서기(현 당 정치국 상무위원)가 긴급 투입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결국 사스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우리에게도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국면 전환이 절실하다.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갖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을 스톡데일패러독스라 한다. 베트남 전쟁 당시 8년간의 포로생활에서 살아남은 미국 짐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지금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스톡데일패러덕스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국민에게 메르스 퇴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