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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투표제라는 꼼수

Posted March. 20, 20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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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주지사 E 게리는 상원선거법 개정안에서 소속당인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했다. 그 모양이 샐러맨더(salamander도롱뇽)와 같다고 하여 상대 당에서 게리의 이름을 붙여 게리맨더라고 야유하며 비난하고 나섰다. 선거구 획정을 하면서 원칙을 어기고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이리 떼고 저리 붙이는 게리맨더링 (gerrymandering)은 우리 국회의 선거구 협상 때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이 이른바 고향투표제 법안을 발의했다. 유권자가 주민등록지와 관계없이 출생지(고향)나 가족관계등록지(본적)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대도시의 출향 인사들을 끌어오면 선거구를 합치지 않고도 인구 부족으로 지역구가 없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된다. 통폐합 대상이 많은 농촌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 나돌던 아이디어가 정식 법안으로 제출된 것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그제 첫 회의를 열고 내년 413총선을 앞둔 선거구 획정 논의에 들어감에 따라 인구 미달로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어촌 출신 여야 의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선거구 면적이 전체 선거구 평균 면적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개정안을 냈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2 대 1을 넘으면 표의 등가성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면적 기준을 내세워 농어촌 지역구의 통폐합을 막아 보려는 시도다.

인구만을 기준으로 농어촌 지역구를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면 역사와 전통이 다른 지역의 대표성이 상실왜곡될 수 있다면서 농어촌 주권 지키기 모임을 만든 의원들도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면 농어촌 지역도 의원 수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게리맨더링도 모자라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인구수를 산정토록 돼 있는 공직선거법의 대원칙까지 허무는 꼼수를 동원한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