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통령의 회고록

Posted January. 28, 2015 07:19   

中文

9월 11일 내가 가장 좌절감을 느낀 부분은 전용기에 제대로 된 통신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로라에게 몇 차례 전화를 했지만 계속 끊어졌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2001년 911테러 당일 하늘의 백악관이라는 에어포스 원에서 그가 참모들과는 물론이고 국회의사당에 있는 부인과도 통화하기 어려웠다는 믿기 어려운 대목이 나온다. 역사적 순간에 벌어진 이런 황당한 일화는 대통령이 직접 기록을 남겼기에 알려질 수 있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고향 스타브로폴의 당 제2서기일 때 고려인들이 찾아와 관개용지에 양파를 키워 ha당 45t은 당국이 갖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갖게 해 달라고 제안했다. 고려인들은 밭 옆에서 먹고 자며 일해 높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연방검찰이 사회주의 원칙을 어겼다고 문제 삼아 고려인들은 결국 쫓겨났고, 현지에선 양파가 부족해져 수입을 하게 된다. 한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보여 주는 이 에피소드는 재작년 출간된 고르바초프 회고록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한다. 1장은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로 시작한다. 800쪽의 방대한 분량인데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는 최대한 제외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하지만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로서는 자원외교에 힘쓸 수밖에 없다 4대 강 사업의 효과는 이미 보고 있다 같은 내용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임 중의 주요 사업을 옹호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내는 것에 정치적 고려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

구순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일대기를 3월에 만화로 펴낸다. 516 군사정변과 40여 년의 굴곡진 정치 인생에 대해 육필을 남길 법도 하건만 회고록을 내지는 않을 모양이다. 자기 혼자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식의 자화자찬성 회고록은 내지 않겠다는 것이 소신인 듯하다. JP는 현대사의 살아 있는 증인이어서 그가 회고록을 낸다면 소중한 사료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고민이 컸을 법도 하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