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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가 '심청전'을 알았더라면...

Posted September. 10, 201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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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음악사에서 이국주의() 시대로 불립니다. 푸치니는 일본을 무대로 오페라 나비부인을, 중국을 무대로 투란도트를 썼고, 말러는 왕호연 등의 한시 번역본을 텍스트로 교향곡 대지의 노래를 작곡했죠. 유럽인들이 이 시기 한국에 일찍 주목했다면, 우리나라를 무대로 한 유명 오페라나 발레도 나오지 않았을까요. 백 년 전 유럽에서 공연된 한국 소재의 발레 작품이 발견돼 화제를 모은 적도 있지만, 오늘날 표준 레퍼토리에 진입한 작품이 없는 것은 유감스럽습니다.

몇 년 전 미국의 음악학자 메리 제인 필립스매츠가 쓴 평전 푸치니를 읽다 깜짝 놀랐습니다. 나비부인 얘기를 하다가 마스카니가 일본을 무대로 쓴 오페라 이리스를 비교하더니 갑자기 이리스의 줄거리는 한국의 심청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아서는 꼭 나와야 할 필요도 없는 부분에서 3분의 1페이지나 할애해 심청 줄거리를 소개했습니다. 이 저자가 그렇게 쓰지는 않았지만, 내심 심청도 오페라 줄거리로 적당한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을 갖고 있는데, (서구인들이) 오페라화하지 않아 유감이다라는 투가 역력했습니다.

심청과 비교된 마스카니의 이리스는 어떤 오페라일까요. 필립스매츠의 말처럼 심청과 공통점이 꽤 많습니다. 앞을 못 보는 노인의 딸이 납치된 뒤 투신해 죽지만, 꽃에 둘러싸여 부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이리스의 부활 장면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태양에의 찬가는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나는 장면에 썼어도 멋졌겠다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마스카니가 심청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주저 없이 오페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7,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이미 이 발레단의 표준 레퍼토리가 된 심청을 공연합니다. 이 작품의 음악을 외국 대작곡가가 쓴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작품을 공연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스카니나 푸치니의 음악이 떠오릅니다. 이미 미국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호평을 받은 발레 심청이 앞으로도 해외로 뻗어나가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작품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