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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슬란 사자처럼 수입차에 정면 대응

현대차 아슬란 사자처럼 수입차에 정면 대응

Posted August. 25, 20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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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하반기(712월)에 내놓을 준대형급 세단 차명()을 아슬란으로 결정했다.

현대차는 5월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던 AG(프로젝트명)의 이름을 이같이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라는 뜻을 갖고 있다. 현대차 측은 당당하고 품격 있는 외관과 안정적인 승차감, 최상의 정숙성을 지닌 신차가 초원을 내려다보는 여유로움을 유지하면서도 사냥을 할 때는 맹수로 돌변하는 사자의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있는 전륜(앞바퀴 굴림)구동 모델로 차체 폭이나 높이는 그랜저와 같지만 길이는 5cm 정도 길 것으로 예상된다. 엔진은 그랜저 상위 모델에 들어가는 3.0L나 3.3L급 가솔린엔진을 얹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은 외관은 현대차 디자인 철학인 이른바 플루이딕 스컬프처(물이 흐르는 듯한 디자인) 2.0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패밀리룩 라인을 그대로 계승해 최근 나온 LF쏘나타, 신형 제네시스와 외관 디자인이 비슷하다. 가격은 4000만 원대 초중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2011년 유럽형 세단인 i40 이후 3년 만에 기존 모델의 개선이 아닌 100% 신차를 국내용으로만 내놓는 목적은 분명하다. 올해 안에 국내 시장점유율이 1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수입차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소비자 조사 결과 그랜저를 타던 고객이 제네시스나 에쿠스가 아닌 수입차를 선택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차인 아슬란을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중간급 모델로 안착시켜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BMW 등 주요 수입 프리미엄 차들이 소형인 1시리즈부터 대형인 7시리즈까지 촘촘하게 차량 세그먼트(등급)를 만들어 가는 트렌드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아슬란이 현대차 주력모델인 그랜저 판매량을 감소시키는 자기 잠식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입차 대신 아슬란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랜저의 잠재 구매자들이 아슬란으로 일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도 이런 점을 우려해 기존 그랜저 가솔린 외에도 최근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으면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아슬란 판매에 따른 그랜저 고객의 수요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대책인 셈이다.

현대차는 과거에도 인기 차종의 중간 세그먼트를 겨냥해 신차를 내놨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에 있던 마르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차는 중대형차 라인 허리급인 쏘나타와 고급차 엔트리급인 그랜저 사이에서 뚜렷한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슬란이 나오면 그랜저의 판매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파격적인 상품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마케팅을 통해 그랜저와 아슬란을 차별화하는 게 신차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