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슈베르트 송어 5중주공에 귀뚜라미 소리가

슈베르트 송어 5중주공에 귀뚜라미 소리가

Posted August. 05, 2014 04:37   

中文

깊은 밤, 헤드폰을 쓰고 슈베르트 송어 5중주곡을 CD 플레이어에 걸어놓습니다. 4악장. 가곡 송어의 주제가 흐르고 나서 다섯 연주자가 숨을 죽이는 순간, 또록또록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작지만 분명한 귀뚜라미 소리입니다.

? 헤드폰을 벗어봅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연주회장 마이크에 잡힌 귀뚜라미 소리였습니다.

연주는 1967년 미국 말버러 음악축제에서 녹음된 것입니다. 루돌프 제르킨이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리니스트 하이메 라레도, 첼리스트 레슬리 파르나스 등 명인들이 연주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여름 음악축제가 그렇듯이 말버러 음악축제도 풀밭이 있는 노천에서 연주를 감상합니다. 자연의 뛰어난 음악가인 귀뚜라미들도 아름다운 화음에 동참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송어 5중주곡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듣기에 제격인 작품입니다. 1819년 여름,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산촌인 슈타이어에 휴가를 갔습니다. 지역 유지 파움가르트너의 초청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파움가르트너는 슈베르트에게 선생님의 가곡 송어를 좋아한다며 저와 친구들이 연주할 수 있도록 이 멜로디로 실내악 작품을 써 달라고 부탁했고 슈베르트는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 여름, 맑은 개울이 흐르는 산촌에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송어가 울려 퍼졌을 것입니다. 마침 저도 2년 전 여름 무주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계곡 음식점에서 송어 음식점을 발견했습니다. 주문해 잘 먹겠습니다 하고 맛을 보았습니다. 맛이 좋던데요.

휴가철에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지난번 말러 교향곡 1번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소개한, 브람스의 교향곡 2번도 소개할 만합니다. 브람스가 1877년 여름 오스트리아 남부의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휴양지 푀르차하에 머물며 쓴 이 작품에는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이 흘러넘칩니다. 천천히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 산의 청신한 공기, 유명한 자장가의 일부까지 담겨 있습니다. 집중하며 듣기보다는 볼륨을 중간 정도만 올리고서 책을 읽거나 경치를 감상하며 듣기 좋은 작품이죠. 모두들 이번 여름 행복한 휴가를 보내셨거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