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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따구니 이쁜 이상의 러브레터

Posted July. 24, 2014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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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 이상(19101937)은 1933년 결핵 치료차 황해도 백천온천에 갔다 기생 금홍을 만났다. 살림을 차리고 행복을 누린 것도 잠시. 남성 편력을 즐기던 금홍은 어느 날 집을 나갔다. 그 만남은 자전적 소설 날개로 탄생했다. 말년의 이상은 이화여전 영문과를 졸업한 신여성 변동림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시인의 죽음으로 둘의 결혼생활은 4개월 만에 끝났다. 김향안으로 개명한 변동림은 화가 김환기와 재혼한 뒤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어제 본보를 통해 공개된 이상의 친필 연서()의 수신인은 당시 23세의 이혼녀인 소설가 최정희 씨(19121990). 나는 진정 네가 좋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 1935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3장짜리 편지엔 진솔한 구애()의 표현이 담겨 있다. 하지만 최 씨는 처자식이 있던 작가 파인 김동환과 사귀고 있었다.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고까지 합니다란 편지 구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쓸쓸한 고백이다.

문학평론가 정규웅 씨에 따르면 최 씨는 출중한 미모에 특유의 여성다움으로 일찍부터 문단의 모든 남성들에게 애인이요, 누님으로 통했다. 최 씨는 파인과의 사이에 두 딸(김지원, 채원)을 두었는데 어머니를 빼닮은 자매는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상의 러브레터는 채원 씨가 고인의 편지를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편지를 검토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정희란 인물이 등장한 종생기가 최 씨를 모델로 한 작품으로 추정했다.

시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은 연서에 관한 한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청마는 가정을 가진 처지였으나 남편과 사별한 여덟 살 연하의 시조시인 이영도(19161976)를 만나 플라토닉 사랑을 나눴다. 5000여 통의 손편지를 보낸 청마의 20년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애송시 행복으로 영글었다. 이상의 러브레터를 읽어보면 온갖 이모티콘을 동원한 모바일 애정고백은 절대 손편지의 울림을 따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