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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키워드는 경제 드라이브

Posted June. 16, 201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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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현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도입한 대출 규제를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유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노조의 반발에 막혀 있는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 막힌 데를 뚫어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13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호프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바꿀 것은 확 바꾸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중심의 1기 경제팀보다 과감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돈 풀어 경제 살리기

최 후보자는 현 한국 경제의 분위기를 갑갑하게 막혀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경제성장률, 투자, 취업자 수, 수출 등 숫자상으로는 경제가 잘 돌아가는 듯 보이는데 정작 국민들이 성장의 과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대출 규제 완화는 고꾸라져 있는 체감경기를 살리려는 수단이다. LTV는 담보가 되는 집값의 4060%만 대출해 주고, DTI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5060%를 넘지 못하게 규제한 제도다.

정부는 예전에도 수차례 차입규제의 완화를 검토해왔지만 번번이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실세 경제 사령탑인 최 후보자가 소신대로 차입규제 완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금융위도 무작정 반대만 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 후보자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당정 협의나 청문회 등을 거쳐 정책을 가다듬을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제도 손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약 차입규제를 손질하면 전면 폐지나 완화보다는 부분 조정의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LTV의 경우 수도권에 적용되는 50%의 비율을 지방 수준인 60%로 높이거나 투기지역의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DTI는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고소득층 등 일부 계층에 한해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이 검토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TV, DTI 규제 완화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겠지만 경기 부양까지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주택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수요가 늘어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이고, 차입규제 완화는 가격 상승기에만 효과를 내는 수단이어서 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환율정책 미세조정 가능성

체감경기 회복을 강조하는 최 후보자의 경제관은 여러 분야에서 기존 정책 기조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최 후보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환율이 좋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고환율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자국 화폐가치가 올라가면(환율이 떨어지면) 국민들의 구매력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이제는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원-달러 환율을 가능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수출이 잘돼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에 따라 고환율 정책을 폈지만 앞으로는 국민 행복을 위해 환율정책의 기조를 다소 수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아직은 더 커야 할 청장년 경제인데 조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역동적 성장세를 510년은 가져가야 고령화 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정부와 시장이 신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공공기관 정상화, 관피아 개혁이 시험대

최 후보자가 이처럼 재정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지만 관가에선 실세 부총리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추경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는 돈이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에 따라 최 후보자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공공기관 정상화와 관피아 개혁이라는 기존 과제에서 성과를 낸 뒤 이를 발판으로 성장정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기관 정상화 과제가 최근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반영하는 이슈를 놓고 공공기관과 노조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지지부진한데 정치력을 발휘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피아 개혁과 관련해 최 후보자는 공무원들의 공직생활 기간을 지금보다 늘리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50대 초중반에 은퇴하면 할 일이 없어 관피아라는 질타를 받게 되는 만큼 50대 후반에 퇴임하는 장기 근속 문화를 만들어야 관피아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유재동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