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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첫 여성 편집국장의 좌절

Posted May. 21, 20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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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웨이크포리스트대 졸업식장. 나이 지긋한 여성이 축하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자 길고 긴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지난주 직장에서 해고 통지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처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는 딸이 성공했을 때보다 좌절이 닥칠 때 어떻게 대처하고 다시 일어서는지를 지켜보는 데 관심이 많았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세상에 보여주라는 그때 말씀을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연사는 2011년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첫 여성 편집국장으로 임명된 뒤 최근 갑작스럽게 물러난 질 에이브럼슨(60). 편집국장의 65세 정년을 보장한 회사 관행을 깨뜨린 이번 조치를 두고 최근 미디어 역사에서 가장 가혹하고 모욕적 사건 비상식적으로 끔찍한 해고란 언론계 반응이 나온다. 2003년 기사 조작 사건으로 하월 레인스 전 편집국장이 물러날 때도 찬사를 보냈던 사주 아서 설즈버거 2세 회장이 이번엔 자질 부족이라고 해고 사유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의 중도하차 이유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사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관리자로 부적합했다 등등. 여성 차별 의혹도 불거졌다. 주간지 뉴요커에 따르면 에이브럼슨 전 국장은 자신의 연봉이 빌 켈러 전임 편집국장은 물론이고 부하인 남자 부국장보다 더 적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영진과 각을 세웠다. 결국 연봉 문제는 해결됐지만 밀어붙이는(pushy) 성격이란 인상을 심어준 것이 화근()이란 설이다.

남성과 달리 고위직 여성들이 사내에서 적대적 반응에 부닥치는 이유가 업무능력 때문인지, 여성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쉽게 가리기 어렵다. 어쨌거나 첫 여성 편집국장의 퇴출을 계기로 양성평등 선진국으로 소문난 미국에서도 거의 모든 직장에서 여성들이 대면하는 우울한 현실이 드러났다. 유리 천장을 깨뜨리고 높은 자리에 올라선 여성이 다시 아슬아슬한 유리 절벽에 서야 한다는 사실도.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