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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 단지 다이빙벨

Posted April. 29, 201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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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해역에는 배가 200척 넘게 떠 있다. 침몰한 세월호 뱃머리 쪽에 황토색 공기주머니 2개가 달려 있고, 바로 옆 바지선 리베로에서 잠수부들이 바다로 뛰어들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해군과 해경 소속 잠수부들은 세월호와 연결된 6개의 수중 가이드라인(잠수부들이 바닷속 선체로 진입하기 위한 줄)을 잡고 수색한다. 가이드라인 1개에 2인 1조로 움직이니 최대 12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지난주 늦어지는 구조에 분통을 터뜨린 실종자 가족들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붙잡아놓고 다이빙벨 투입을 요구했다. 종처럼 생긴 다이빙벨은 잠수부들이 좀 더 오랜 시간 물 속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중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다. 수중작업 도중에 그 안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다이빙벨을 이용하면 수색 시간을 늘릴 수 있을 듯하지만 투입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다이빙벨이 실종자 구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이종인 알파잠수기술 대표의 말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김 청장에게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 대표는 천안함 폭침 당시에 좌초설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이 씨는 사흘에 걸쳐 다이빙벨 투입을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조류가 거센 데다 이 씨의 배에서 내린 닻줄이 바지선 리베로의 닻줄과 부딪쳐 잠수부의 생명 줄이나 마찬가지인 가이드라인을 건드렸다. 아찔한 사고가 날 뻔했다. 다이빙벨이 조류에 휩쓸리는 사고도 날 수 있다.

해군은 다이빙벨보다 성능이 뛰어난 심해 잠수장비인 해저이송용 캡슐(PTC)도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PTC를 탑재한 해군 청해진함은 1999년 수심 157m 남해안 해저에 가라앉은 북한 잠수정을 인양한 적이 있다. 조류 세기와 상관없이 20시간 연속작업을 할 수 있다더니 빈말이었던가. 안전에 위협을 느낀 리베로 바지선의 잠수부들과 불협화음도 있는 모양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실종자 가족들의 실망이 클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의 안타까움에 편승한 얼치기 전문가들이 구조작업에 혼란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최 영 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