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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오원춘 사건'' 방지경찰 제작 112 신고접수 새 매뉴얼 보

''제 2 오원춘 사건'' 방지경찰 제작 112 신고접수 새 매뉴얼 보

Posted November. 14, 201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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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못골놀이터요?

지난해 4월 오원춘(43) 사건 당시 신고를 접수했던 경찰과 피해 여성 A 씨(당시 28세)가 나눈 문답의 일부다. A 씨가 전화기를 놓치기 전 80초 동안 접수자와 A 씨는 12차례 문답을 나눴지만 그중 9차례는 이처럼 지금 성폭행당하신다고요? 등 이미 A 씨가 말한 내용을 되묻는 질문이었다. 접수자가 불필요한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오원춘의 인상착의 및 말투와 집의 위치 등 주요 단서를 물었더라면 경찰은 오원춘이 A 씨를 살해하기 전 해당 주택을 찾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경찰에는 참고할 만한 표준 질문지도, 매뉴얼도 없었다.

경찰에서 처음으로 정식 112 신고 접수 매뉴얼이 나온다. 13일 경찰청 생활안전과는 112 신고 접수 지령 매뉴얼을 이달 말 전국 112신고센터와 일선서 및 지구대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경 매뉴얼 부재 문제가 지적되자 경찰청과 일부 지방경찰청이 40쪽 분량의 소책자를 만든 적은 있지만 신고 접수부터 지령 및 사건 처리까지 아우르는 세부적인 내용의 매뉴얼은 처음이다.

13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매뉴얼 제작위원으로 참여했던 정인환 경장과 함께 오원춘 사건의 신고전화 대화록을 분석해 새 매뉴얼을 적용할 경우 당시 결과가 어땠을지 적용해봤다. 이는 112 접수자 13명이 매뉴얼 제작을 위해 7월 말 경기 용인시 기흥구 경찰대에서 2주간 합숙할 당시에도 주요하게 논의됐던 내용이다.

표준 질문지 적용해 질문 반복 =매뉴얼에는 신고 위치와 가해자의 인상착의를 묻는 표준 질문지가 반영됐다. 건물 형태와 층수, 방의 크기, 대문 색깔 등과 가해자의 말투 및 인상착의 등 출동 경찰이 신고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묻도록 했다. 당시 접수자가 정확히 질문해 다세대주택 1층, 색 대문에 색 방문으로 신고 장소를 좁히고 중국 말투를 쓰는 머리가 벗어진 40대로 오원춘의 인상착의를 특정했다면 초동 탐문에서 오원춘의 집을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안전 확보가 최우선=당시 A 씨는 아저씨(오원춘)가 나간 사이 문을 잠갔다고 알렸지만 접수원은 문 잠갔어요? 등 질문만 반복했다. 매뉴얼대로 범행이 진행 중인지, 외부로 피신이 가능한지 등을 먼저 물었다면 경찰이 곧 도착할 테니 가해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추가 잠금 장치가 있는지 보라는 식의 안내가 가능했다.

목소리 끊겼는데 여보세요만 반복 =당시 A 씨가 전화기를 떨어뜨린 뒤 6분 16초간 비명소리가 들렸는데도 경찰은 주소가 어디냐고 묻기만 했다. 새 매뉴얼에서는 신고자가 갑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우를 불완전 신고로 분류하고 대응 방법을 1쪽 분량으로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정 경장은 신고자가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전화기를 두드려 예 아니요를 신호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령 및 수색 체계화=당시 경찰은 출동 지령은 내리며 신고 장소가 집 안이라는 핵심 단서를 빠뜨려 초동 탐문에 실패했다. 새 매뉴얼에서는 긴급 가택 수색 요령 등이 포함됐다. 당시 A 씨가 신고한 대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사이 825m 거리의 주택 내부를 우선적으로 수색하며 중국어를 쓰는 40대 남성이 사는 집을 수소문했다면 더 빠른 수색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