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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무기 빼고 북과 전면 교류를

Posted August. 23, 20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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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올해 4월 북한 문제에 정통한 미국과 러시아, 한국 출신 민간 전문가 5명을 백악관으로 극비리에 불러 2기 대북 정책 기조를 점검하고 향후 가능한 추가 정책 대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대북 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복수의 한미 외교 소식통과 회동 참석자들에 따르면 회의는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4월 29일 백악관에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회의 참석자는 미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조너선 폴랙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소장, 마커스 놀랜드 워싱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 등 미국인 전문가 3명과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한국계인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 등이다.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민간 전문가들과 직접 회동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피로감 속에서도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음을 나타낸다.

오바마 대통령은 1기 때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를 안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자평하고 그 결과에 만족하지만 2기 때 추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북한 인사들을 해외로 초청해 핵무기 제조법만 빼고 다 가르치고 교류하라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해서라도 좋다. 북한 학자, 엘리트, 정부 관리, 학생 등과의 다양한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이 직접 북한의 현실을 직시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 제안에 오바마 대통령이 상당한 관심과 함께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북한에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브리핑도 이뤄졌다. 한 참석자가 개성공단이 계속되어야 북한 근로자들에게 외부 소식을 유입시키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긍정적인 표정으로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는 워싱턴에 이른바 중국 키메라(chimera실현 가능성 없는 망상) 현상이 심하다며 중국이 당장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것 같지는 않다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를 조직하고 참석자들을 선별한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참석자들에게 이번 회의는 정책 재검토(policy review)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행정부가 1기 때부터 고수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을 버리거나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장선에서 참고 기다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비판을 극복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난상토론을 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북한이 4월 초순 이후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을 상대로 대화를 시도하며 틀에 박힌 도발과 대화의 이중전술을 막 시작한 상황에서 미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섰다는 점이 흥미롭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대북 인식 속에서 대안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정치적 성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북한을 실패한 체제 또는 퇴행적인 체제로 보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온 정통파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6자회담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며 경제적 지원을 하고 달래는 낡은 방식은 오바마 대통령이 구하는 대안이 아니었던 것이다.

회의에는 사일러 담당관 외에도 대니얼 러셀 당시 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엘리자베스 셔우드랜들 NSC 국방정책대량살상무기(WMD) 군축담당조정관 등 5, 6명이 회동에 배석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과 러셀 차관보 등은 최근까지 공식,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각국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대북정책 대안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