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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비서실장, 적시 인사로 국정 공백 메워야

김기춘 비서실장, 적시 인사로 국정 공백 메워야

Posted August. 06, 20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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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비서실장과 4명의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새로 발탁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정부 출범 5개월여 만에 대규모로 청와대 참모들을 전격 교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청와대 인적쇄신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새롭게 국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데 실패해 단명()이 예상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인사에는 청와대 참모진이 분위기 일신을 통해 국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주문이 담겼다고 봐야 할 것이다.

새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김기춘 씨는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이른바 7인회 멤버였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고는 하나 74세로 나이가 많고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시대에 승승장구한 구시대 인물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1992년 12월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모아놓고 여당 후보 지지를 유도한 초원복집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적도 있다. 입법행정사법에 통달하고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아 청와대를 효율적으로 꾸려가기엔 어떨지 몰라도 국민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긴 어렵다.

약 2개월간 공석으로 있던 정무수석에 전문 외교관 출신인 박준우 전 유럽연합(EU) 대사를 발탁한 것도 의외다. 그가 외교관으로서는 능력이 출중할지 몰라도 정치와 외교는 별개의 영역이다. 정무수석은 여당과 말이 잘 통해야 할 뿐 아니라 야당 지도부와도 물밑 접촉이 가능할 정도의 정치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자리에 국회의원도 한번 해보지 않은 비정치인 출신을 앉힌 건 새로운 실험에 가깝다. 박 신임 정무수석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는 수첩 인사 깜깜이 인사 늑장 인사 같은 표현에서 보듯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인사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적재적소() 못지않게 적시()도 중요하다. 지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비롯해 상당수의 공공기관장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개점 휴업상태다. 대통령비서실장 겸 인사위원장을 교체한 만큼 보다 폭 넓게 인재를 구하고 엄정한 평가를 거쳐 최대한 빨리 인사 공백을 메워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치를 안 하는 대통령이란 말을 들었고, 역점을 둔 미래전략이나 창조경제 분야에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박 대통령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경색된 정국을 풀고 국정에 새바람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