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방미성과에 칠 나라 망신 역적 시민들 분통

방미성과에 칠 나라 망신 역적 시민들 분통

Posted May. 11, 2013 05:02   

中文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됐다는 사실이 10일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한목소리로 윤 전 대변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맹비난했다.

우파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글을 올린 닉네임 닉*은 윤창중의 만행에 기가 찬다. 박통 찍은 사람으로서 분하다며 한탄했다. toelo**은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좌파 사이트에서도 우호적일 만큼 이번 방미가 성공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망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좌파 성향의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는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다. 닉네임 또***는 윤창중은 국가적 중대사가 걸린 일을 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자기 욕망이 통제가 안 되는 인물인 것 같다며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이런 일 정도는 덮고 넘어갈 만한 자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파 성향의 한 트위터리안(@pog**)은 윤창중은 대한민국을 배신했고,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 이를 지지해준 애국세력들에게 비수를 꼽은 역적이라고 성토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윤창중 사건을 두 마디로 표현하면 성()와대의 방미성()과라며 평시에 그런 짓을 했어도 해외토픽감인데 가장 중요한 동맹국을 국가정상으로 방문한 현장에서 그런 짓을 했으니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대한민국이 일베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대통령 방미는 윤창중 성추행으로 마무리되었다. 진보, 보수를 떠나 합리적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말꾼을 대변인에 임명하더니. 자초위난(스스로 위기를 초래한 일)이니 누구를 탓하랴!라고 썼다. 조 교수는 윤창중에게 창조적인 무궁화전자발찌를 주자는 내용의 글도 리트윗했다.

시민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직장인 양모 씨(28)는 윤 전 대변인은 성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해 척결하겠다는 여성 대통령을 모시면서 성추행 구설수에 오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이 쓴 책 제목이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윤 전 대변인은 국민이 정치를 망친다 지성의 절개 정치 통탄한다 만취한 권력이란 책들을 썼는데,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윤창중이 정치를 망친다 인턴의 절개 윤창중 통탄한다 만취한 대변인이라며 희화화했다.

윤 전 대변인이 인수위에 발탁되기 전에 운영했던 블로그 윤창중의 칼럼세상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총선 직후인 4월 18일 박근혜의 위기관리능력, 그리고 새누리당의 본색이라는 칼럼에서 제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당선자를 겨냥해 요즘 대한민국 국민은 눈만 뜨면 성폭행, 성추행하는 미친놈들에 관한 뉴스 때문에 스트레스 정말 팍팍 받으며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세상이 색누리당으로 난리 쳐가던 8일 만인 16일에야 나온 박근혜의 첫 언급. 선()규명, 후()조치 기막힌다고 비판했다. 10일 이 글이 화제가 되자 누리꾼들은 정말 기막힌 건 당신, 아예 일기를 쓰셨네라고 조롱했다. 이날 칼럼세상의 모든 글은 삭제됐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패러디 영상과 글도 넘쳐났다. 한 누리꾼은 윤 전 대변인의 집 앞으로 추정되는 곳에 남양유업의 우유가 놓여져 있는 모습의 패러디 사진을 올렸다. 제품 밀어내기로 곤경에 몰린 남양유업이 윤 전 대변인 사건으로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자 감사의 뜻으로 그의 집 앞에 우유를 가져다 뒀다는 것이다. 9일 남양유업 대표가 대국민사과를 하는 사진 뒤에 윤창중 대변인 감사합니다. -남양유업-이란 현수막을 붙인 합성사진도 올라왔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갑을 논쟁으로도 이어졌다. 청와대 고위관료인 갑이 을인 20대 여성 인턴 통역과 술을 마신 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이 미 수사당국을 피해 서둘러 비즈니스석을 타고 귀국한 사실을 놓고 포스코에너지 상무의 대한항공 라면사건에 빗댄 패러디 합성 사진도 눈길을 모았다. 이 사진에는 윤 전 대변인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라면을 바라보고 있으며 테이블에는 남양유업의 우유도 놓여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