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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알카에다 키우는 테러 경전 인스파이어

차세대 알카에다 키우는 테러 경전 인스파이어

Posted April. 25, 201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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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대비해 넉넉하게 폭탄을 준비해라 트럭 앞뒤로 칼을 장착해 인파 속으로 돌진하라.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가 발간하는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inspire)에 오른 글의 일부다. 영문 잡지인 데다 표지 디자인도 패션잡지 못지않게 감각적이어서 겉보기엔 여느 미국잡지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은 무시무시하다. 글의 주제가 손쉽게 따라하는 폭탄 제조법, 소총 다루는 법, 테러 효과 극대화하기 등이 대부분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의 주범으로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사살된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인스파이어를 즐겨본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언론이 이 잡지를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MSNBC방송은 미국색으로 포장한 인스파이어가 서구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며 이 같은 알카에다의 미디어 전술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24일 보도했다.

2010년 6월 첫선을 보인 인스파이어는 모두 10차례 발간됐다. 분기당 한 번꼴이며 분량은 70쪽 안팎이다. 인터넷에 PDF 형식의 파일로 올라오기 때문에 누구나 무료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잡지의 성격은 그야말로 테러 독학 교본에 가깝다. 잡지의 절반 이상이 독자가 집에서 손쉽게 테러 방법을 익히는 가이드성 기사로 채워져 있다. 좁고 사람이 붐비는 곳이 테러 장소로 적합하다 점심시간 월스트리트 식당에서 총기를 난사하면 주요 인물을 사살할 수 있다는 끔찍한 조언도 있다.

연재물 오픈 소스 지하드는 빈 페트병, 시계, 못, 압력솥, 모래 등으로 폭탄을 만드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하는 코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 폭탄도 인스파이어에 소개된 폭탄 제조법과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잡지는 테러를 종용하는 사상도 고취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 나온 인스파이어 제9호는 2011년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알카에다 지도자 안와르 알올라키와 인스파이어 편집자 사미르 칸을 집중 조명했다. 알올라키는 오사마 빈라덴 사후 알카에다의 미디어사령관으로 활약했고, 칸은 인스파이어를 창간했다. 둘 다 미국 시민권자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자생적 테러범 상당수가 인스파이어에 심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알제리 이민자 출신 조세 피멘틀, 예비역 미군 나세르 제이슨 아브도 등 미국에서 테러를 모의했던 이들의 컴퓨터에서도 인스파이어 파일이 발견됐다. MSNBC는 알카에다의 주장이 서구 젊은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온라인 테러 경전의 유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설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