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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표정 짜내려 날마다 몸개그

Posted April. 24, 20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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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구르며 넘어진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일어난다. 혓바닥을 있는 힘껏 늘려보고, 눈을 찌푸렸다가 안구가 튀어나올 만큼 크게 뜨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투바엔터테인먼트 기획팀 직원들은 이렇게 바보 표정을 지어가며 온몸으로 일한다. 인기 애니메이션 라바(Lavar)의 주인공인 애벌레 레드와 옐로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 개그는 이들의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시작된다. 직원들이 바보 표정을 짓고 있으면 작업 중인 거예요.

2009년 시즌1부터 참여해온 라바의 재미 담당 3인방 맹주공 감독, 강민성 아티스트, 안병욱 스토리팀장을 23일 만났다.

KBS1 TV에서 시즌2를 방영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라바는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90초의 짧은 상영 시간에 대사 없이 진행되는 포맷으로 언어장벽을 허물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의 20여 개국과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억 원이다.

맹 감독은 라바의 성공요인으로 철저히 웃긴다는 철학을 꼽았다. 지하공간에 사는 애벌레 두 마리가 서로 치고 받으며 슬랩스틱의 진수를 보여준다. 팔다리가 없고 얼굴이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는 작품의 생명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표정 연구를 하다 보면 얼굴 근육이 아플 때도 있죠. 하지만 망가지는 게 두렵진 않아요.(맹 감독)

강 아티스트는 면접 때 웃겨서 채용됐다. 자유로운 분위기라 아이템 회의 시간은 따로 없다. 장난치며 얘기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회의를 해요. 겨땀이라는 재미있는 단어가 나와서 얘기하다 시즌2 에피소드에 반영했죠. 쇠똥구리 겨드랑이에서 물총처럼 발사되는 땀을 피해 애벌레들이 화려한 몸 개그를 보여주며 도망친다는 내용이었어요.

라바는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옐로와 레드가 사는 곳은 뉴욕 52번가이며, 스파게티를 먹고 탁구도 친다. 한국인 말고는 잘 모르는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는 하지 않는다. 안 팀장은 유튜브 영상엔 아랍어 댓글도 달린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바의 저변에는 정()을 강조하는 한국 정서가 깔려 있다. 맹 감독은 슬랩스틱 코미디 애니메이션의 원조격인 톰과 제리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톰과 제리는 철저하게 남이잖아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서로 골탕 먹이고 약 올리죠. 하지만 레드와 옐로는 상대가 곤경에 처하면 구하러 가고, 밤에는 성냥갑 위에서 잠도 같이 자요. 오래된 부부 같죠.

이들은 내년 개봉을 목표로 100분짜리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대화 없이 장시간 러닝타임을 못 채운다는 지적이 나와 옐로와 레드가 말을 하는 설정으로 바꿀 뻔도 했다. 하지만 기획팀은 말하는 소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라바가 말을 해버리면 그동안의 콘셉트는 버리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남녀노소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셨듯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겁니다.(맹 감독)



최고야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