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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개성공단 폐쇄는 파국의 길

Posted April. 04, 201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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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북한은 우리 측 인원이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것은 막고, 개성공단 체류자가 남측으로 돌아오는 것만 허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달 30일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개성공단을 가차 없이 폐쇄하겠다고 위협한지 나흘 만이다. 체류자 전원 추방을 통보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폐쇄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여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3주기였던 지난달 26일 조선인민국 최고사령부 명의로 1호 전투근무태세를 선언했다. 정부정당단체는 남북관계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고 선포했고, 조선원자력총국은 영변의 핵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총공세를 펴면서 북한은 연간 8600만 달러(약 945억 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개성공단마저 폐쇄할 수 있다는 엄포를 덧붙였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감행했던 2009년 초에도 북한은 3차에 걸쳐 24일간 개성공단 입출경()을 완전히 차단한 적이 있지만 폐쇄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수일 내에 정상화할 수도 있다. 정부도 북한의 조치는 공단의 안정적 운영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을 뿐 당장 체류인원의 전원 귀환 권고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아 정상화 기대를 접지 않았다. 위기상황 속에서도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로 자리매김한 개성공단을 지키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중국 외교부도 주중 남북대사를 따로 불러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무엇보다 1000명 가까운 현지 체류 근로자의 신변안전이 가장 걱정이다. 북한군()은 마음만 먹으면 개성공단 출경()을 봉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우리 국민이 억류되는 것이다. 정부는 외교적, 군사적으로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장담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해결이 쉽지 않다. 우리 국민이 인질이 되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중국에 금을 많이 팔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달러박스니까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남측 분석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의한 경제건설을 위해서라도 북한은 하루빨리 개성공단을 정상화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