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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공정위원장, 로펌서 방패하다가 창 잘 쓰겠나

[사설] 새 공정위원장, 로펌서 방패하다가 창 잘 쓰겠나

Posted March. 15, 20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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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공정거래위원장에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22회)에 합격해 오랜 기간 로펌에서 근무한 변호사다. 그는 1984년부터 1996년까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1996년부터 2002년까지는 역시 로펌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다시 김앤장에서 일하다가 2007년부터 이화여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법조계에선 공정거래보다는 조세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가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되다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낙점된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내정자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공약들을 무리 없이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앤장, 율촌 등 대형 법무법인에서 근무할 때 공정거래 분야 소송을 많이 다뤘으며 지난해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공약 수립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법정치 분야 발기인으로 경제민주화팀의 주축이었다.

변호사와 교수로만 일해 온 그는 관료 출신이 아니어서 로펌에서 전관예우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직에서 로펌으로 왔다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가는 U턴 인사도 아니다. 로펌에서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맡았다면 을()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갑()의 횡포와 약점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년 동안 로펌에서 기업 입장만을 대변했던 그가 하루아침에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변신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든다. 김앤장과 율촌은 특히 공정거래 관련 소송을 많이 하는 로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펌의 공정거래 관련 업무는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와 부당내부거래에 부과한 과징금이 잘못됐다거나 너무 많다고 소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정위를 상대로 로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로펌에 몸담은 경력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내정자가 경제검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의 또 다른 배경에는 김앤장과 율촌 같은 로펌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가 26년간이나 몸담았던 친정에 휘둘리지 않고 대기업의 부당 거래와 횡포를 척결하는 경제검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와 김동수씨는 공정거래 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대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고, 조세전문가로 불리는 인사를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