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급하게 만든 정부조직개편안, 국회서 다듬어야

[사설] 급하게 만든 정부조직개편안, 국회서 다듬어야

Posted February. 01, 2013 07:49   

中文

박근혜 차기 정부의 틀을 담은 정부조직개편 법안이 그제 국회에 제출됐다. 현재 15부2처18청을 17부3처17청으로 확대하는 이 개편안은 4일부터 열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조직개편법안은 박 당선인이 새 정부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청사진이자 5년 동안 나라를 이끌 국정철학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박 당선인의 뜻에 따라 몇몇 인수위원들이 급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외부에 유출될 것을 염려해 인수위 내에서조차 활발한 토론 없이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다. 정부조직개편 청사진이 발표되자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안에서도 이견이 불거졌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들면서 여당과 당정협의 조차 한번 거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법안에 서명하지 않은 새누리당 의원도 9명이나 돼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법안 통과도 낙관하기 어렵다.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외교부의 불만이 크다. 박 당선인은 그제 새누리당 강원 지역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내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와 들은 바가 있어 종합해 그런 결론을 내렸다며 원안대로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외교부는 최근 통상 추세가 관세 서비스 협상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자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개편안에 반대한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산업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통상교섭을 해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교역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리와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짙다. 조직이 줄어들거나 권한이 약해지는 부처는 사활을 걸고 로비에 나서고 있다. 통상 기능을 어디에 둘지는 부처 이기주의에 흔들릴 일이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데 대해서도 선수가 심판을 겸하면 안 된다는 비판 목소리가 원자력계에서 나온다. 원자력의 진흥과 규제를 분리해 상호 견제하도록 만든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사항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맡아온 산학협력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가 맡을 경우 대학들은 사실상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이중 규제를 받게 되므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맡는 것이 효율적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은 아니지만 박 당선인이 작은 청와대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정작 경호처를 경호실로 승격하고 실장을 장관급으로 하는 것도 꼭 필요한지 이번 기회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25일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정부조직개편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그렇다고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일사천리로 강행하는 것은 곤란하다. 박 당선인이 공약은 내가 했으니 여러분은 실행에 옮겨만 달라고 여당에 요구했지만 국회의 권한도 존중돼야 한다. 무엇이 진정 국익에 도움이 되고 효율적인지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