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외나로도 내려온지 10년 이제야 발뻗고 잘수 있겠네요

외나로도 내려온지 10년 이제야 발뻗고 잘수 있겠네요

Posted January. 31, 2013 06:56   

中文

우주를 향한 10년간의 노력과 열정이 마침내 값진 결실을 봤다. 온 국민의 박수와 환호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역들도 있지만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조용히 감격의 눈물을 흘린 사람도 적지 않다. 몇 개월씩 외나로도에 머무르며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나로호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숨은 주역들을 만나봤다.

나로우주센터 산증인 김민현 팀장

나로호와 함께한 시간이 정말 꿈만 같아요.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장에서 우주의 꿈을 이루는 모든 과정을 차질 없이 해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김민현 시설운영팀장은 남해의 조용한 섬 외나로도에 처음 왔던 때가 새삼 떠오른다고 했다. 2003년 11월 16일 나로우주센터 건설기술그룹장을 맡은 그는 10명의 직원과 외나로도에 내려와 터를 닦고 가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산을 밀고 길을 내고 발사통제동과 종합조립동을 지었다. 지금의 나로우주센터를 완성한 산증인이다.

당시 늦둥이 아들의 유치원 재롱잔치가 열렸어요. 못 갔지요. 핀잔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 3월이면 그 녀석이 고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니 참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이번 발사도 그의 손에서 시작했다. 나로호를 발사대로 옮겨오기로 한 28일 오전 6시 반, 그는 전력 공급을 위해 가스터빈을 돌리며 마음속으로 성공을 기원했다.

예산을 담당한 홍일희 기술경영팀장도 김 팀장과 함께 나로우주센터를 건립한 주역이다. 홍 팀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과학로켓 KSR 시리즈를 처음 발사하던 1993년 때부터 현장에 함께 있었다.

위성을 목표궤도에 올린 조인현 팀장

성공을 확인한 순간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최근 3년 동안 명절 때도 집에 갈 수 없었거든요.

조인현 킥모터팀장은 나로호 상단부(2단)를 움직이는 추진 로켓 킥모터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킥모터는 발사 뒤 395초가 되는 순간 점화해 나로과학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역할을 한다.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킥모터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하루라도 점검을 거를 수 없다. 그는 마치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한시도 킥모터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킥모터가 무사히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맥이 풀리며 눈물이 나더군요. 제 딸에게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곤 했지만 나중에 발사체 연구원이 된다고 하면 그것만은 말리고 싶어요.

조 팀장은 킥모터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사람으로 설우석 한국형발사체엔진개발실장(당시 발사체엔진팀장)과 최환석 연소기팀장,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팀장을 꼽았다. 설 실장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 로켓의 구조를 샅샅이 살핀 인물이다. 최 팀장은 로켓의 연소실험을 거들었다.

나로호 궤적 설계한 노웅래 실장

발사 453초 후 나로호가 우주 저편, 우리가 계획한 그곳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을 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어요.

노웅래 발사체체계실장은 이번 발사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확인한 사람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1990년 초 로켓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궤적을 설계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번에도 나로호가 지상국과 통신하면서 알려온 궤적을 보면서 비행자세를 제어해 계획대로 날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전체적인 전자시스템 지원을 맡아 큰 도움을 준 이효근 기술관리팀장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나로호가 날아갈 궤적을 설계하고 수없이 비행 시뮬레이션을 반복했습니다. 이제야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나로호 안정화 임무 맡은 김인선 팀장

오랜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서 이제야 팔다리 쭉 뻗고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인선 발사체열공력팀장은 냉온탕을 오간 그동안의 시간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나로호는 한국형 발사체를 위한 연구개발 과정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전 국민의 관심에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그는 나로호가 어떠한 온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안정화하는 임무를 맡았다. 발사 직전 나로호에는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 수십 t이 들어간다. 발사 순간에는 3000도에 이르는 열기를 아래로 내뿜는다. 이처럼 엄청난 냉기와 열기에서 나로호의 초정밀 장치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전승민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