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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궁화대훈장

Posted January. 12, 201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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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원래 사후()에 주는 반대급부다. 공적()이나 선행, 실력, 능력, 노고 등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상으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공적을 세우라고, 선행을 행하라고, 실력을 발휘하라고 미리 상을 주는 법은 없다. 주는 목적과 이유도 분명해야 한다. 상이 제 가치를 갖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정도전은 삼봉집에서 상벌이 개인의 감정에 따라서는 안 되고 반드시 공적()인 데(사실에) 입각해야 하며, 국가의 안위와 사회적 가치의 구현을 위해 상이 벌의 대응 개념으로 장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고의 훈장으로 꼽히는 무궁화대훈장은 상당 기간 이런 원칙과는 거리가 있었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받는 훈장이다. 전현직 우방국 원수와 그 배우자도 받을 수 있으나 논외로 하자. 문제는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이 훈장을 받는 방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는 취임과 동시에 이 훈장을 받았다. 신임 대통령이 이 훈장을 패용한 채 취임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신임 대통령은 아직 단 하루도 소임을 다하지 않았는데 상훈법상 대한민국에 공로가 뚜렷한 자에게 주도록 돼 있는 훈장을 받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혹시 대통령선거에서 열심히 싸워 이긴 것을 축하하기 위한 의미라면 모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관례를 깬 것은 잘한 일이다. 그는 당선인 시절 취임식 때보다는 5년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치하 받는 의미에서 퇴임과 함께 받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양했다. 그 대신 그는 퇴임 직전에 이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의 공적을 치하해 훈장 수여를 의결함으로써 본인이 본인에게 훈장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돼 이 또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셀프(self) 훈장 수여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다른 방법도 마땅찮고.

퇴임하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임기 말 인기와 상관없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5년간 밤낮없이 노심초사해온 노고와 희생에 대해 합당한 예우를 해주는 것은 국민의 도리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무궁화대훈장 수여 방식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 때 국민을 대신해 퇴임 대통령의 목에 훈장을 걸어주고 노고를 치하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하면 훈장 수여의 취지에도 맞고, 모양새도 좋지 않겠는가. 시대적 화두()인 국민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결심만 한다면 이번부터 당장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