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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올해의 신조어

Posted December. 22, 2012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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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웰컴 투 시월드 프로그램에는 탤런트 전원주, 방송인 송도순 씨 등과 그 며느리들이 출연해 고부 관계에 얽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시월드란 시댁을 뜻하는 신조어로 얼마 전 시친며를 다뤄 화제가 됐다. 주부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친며는 시어머니 친구 며느리의 줄임말이다. 내 며느리가 마음에 안 차는 시어머니가 집안 학벌 외모 살림솜씨에다 시부모를 섬기는 효심까지 갖춘 다른 집 며느리와 비교하며 며느리 기죽일 때 들먹이는 존재다.

해마다 사전에도 없는 말이 무수히 등장했다 사라진다. 재치와 해학을 담은 표현도 있지만 억지 춘향 격의 신조어도 보인다. 그동안 회자된 단어를 돌아보면 한국 사회의 세태가 얼추 그려진다. 올해 유행한 말 중 멘붕(멘털 붕괴)이 빠질 수 없다. 황당하고 충격적 일을 겪어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을 뜻한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멘붕 스쿨 코너가 인기를 모으더니 8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네거티브에 너무 시달려 멘붕이 올 지경이라고 발언할 만큼 일상어로 떠올랐다.

영어사전을 펴내는 영국의 콜린스사는 올해의 신조어 12개를 최근 공개했다. 홈페이지에 접수된 7400개 신조어 중 112월의 이슈를 표현한 단어를 선정했다. 2월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의 레드 카펫에서 앤젤리나 졸리는 드레스 사이로 허벅지를 노출하는 자세로 인터넷을 달궜다. 이후 앤젤리나 졸리의 오른쪽 다리라는 트위터 계정이 생겼고 다리 폭탄이란 단어가 탄생했다. 베스트셀러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별칭 엄마들의 포르노와 강남스타일은 4월과 11월의 단어에 올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계의 주가 거품이 꺼지면서 저커버그 꼴 됐다(Zucked)는 말도 유행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의 이름에서 따온 표현으로 서류상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한순간에 쪼그라든 것을 일컫는다. 유로존 경제 위기를 선과 악이 맞붙는 최후의 전쟁터 아마겟돈과 연계한 유로겟돈, 미국 정부의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으로 우려되는 상황을 암시한 재정절벽 등은 경제난을 실감나게 하는 암울한 단어들이다. 새해엔 좀더 밝은 신조어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