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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네거티브 선거운동

Posted December. 04, 20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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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린든 존슨은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가 베트남전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데이지 걸(Daisy Girl)이라는 악명높은 네거티브 선거광고가 만들어졌다. 풀밭에서 꽃잎을 세던 어린 여자아이가 아홉을 셀 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미사일 발사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하늘을 나는 무언가가 아이의 눈에 보이고 친구들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우더니 갑자기 깜깜해지면서 버섯구름이 피어오른다. 이 광고는 과장이 심하다는 비판 때문에 딱 한번 방송되고 그쳤지만 존슨의 압도적 승리에 보탬이 됐다.

1963년 박정희가 군복을 벗고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야당 후보 윤보선은 거물 간첩 황태성과의 관련성을 거론하며 박정희의 사상을 문제 삼았다. 박정희의 형 박상희가 좌익으로 1946년 대구 폭동에 가담했다 죽었는데 박상희와 동지였던 북한 무역성 부상() 황태성이 김일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박정희를 접촉해보겠다며 내려왔다가 붙잡혔다. 그러나 박정희가 516 쿠데타 후 집권 초기부터 좌익 의혹을 불식시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윤보선의 네거티브 전략은 잘 먹히지 않았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다시 극성이다. 민주당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그 친가 및 외가 5촌까지의 재산이 1조 3000억원, 정수장학회와 영남학원 재산까지 더해 4조원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신고 재산은 21억원이다. 재산은 형제간에도 잘 알 수 없는 법인데 4촌도 아니고 5촌까지 합하는 셈법은 황당하다.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조금 더 나가면 흑색선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측은 나경원 후보가 1억 원대의 피부 미용을 받은 양 흑색선전을 해서 재미를 봤다. 일단 주장이 제기되고 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실 아님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단순히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고, 좀 과장이야 있겠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는 식으로 반쯤은 믿는 국민도 적지 않다. 상대 후보의 결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라 있지도 않는 허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민을 향한 사기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선거운동이 정치개혁의 첫 걸음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