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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또 도발한다면 가루로 갈아버리겠다

적이 또 도발한다면 가루로 갈아버리겠다

Posted November. 23, 20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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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를 할퀸 도발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고 있었다.

19일 찾은 서해 연평도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파괴되고 부서진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화재로 타버린 야산은 여전히 벌거벗은 모습이었고, 섬 곳곳의 피폭 장소에 꽂힌 100여 개의 빨간 깃발은 그날의 참상을 생생히 증언했다.

적진을 감시하는 연평도 내 관측소(OP)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한의 도발원점인 개머리 진지를 비롯해 올해 8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비무장 목선을 타고 방문한 장재도 등 황해도 앞바다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섬들에 집중 배치된 북한군 4군단 예하 병력과 해안포는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조준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불과 7km 떨어진 장재도는 김정은의 방문 이후 민간 인력 100여 명이 투입돼 해안포 진지 보강과 건물 신축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해병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동굴진지와 교통로 보강 공사를 위한 발파 폭음이 계속 들려온다고 말했다.

한국군도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해병대 주둔지 내 모든 건물에 두꺼운 콘크리트 방호벽을 설치했다. 포진지로 연결된 교통호 주변엔 모래를 채운 드럼통 4000개와 모래주머니 30만 개를 쌓는 등 보강작업도 끝냈다.

이날 저녁 연평도 일대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자 야간 사격훈련이 시작됐다. 쿵쿵 하는 폭음과 함께 81mm 박격포에서 발사된 여러 발의 조명탄이 밤바다를 대낮처럼 밝히자 해안 진지에선 일제히 사격준비에 들어갔다.

셋, 둘, 하나,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M-48 전차와 해안포, K-6 중기관총 등이 밤하늘의 정적을 찢는 굉음을 내며 가상표적에 포화를 퍼부었다. 산 중턱 대공진지의 벌컨포도 공중 침투하는 가상적기를 향해 불을 뿜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우리 군의 사격훈련 때마다 북한군에 비상이 걸린다며 유사시 10분 안에 대응 포격할 수 있도록 최상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람 상병(20)은 적이 또 도발한다면 모조리 가루로 갈아버려 2년 전 전우들을 앗아간 대가를 꼭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포격 도발 때 연평부대 포7중대장으로 대응사격을 지휘한 김정수 대위는 모든 중대원들이 용감히 싸워 추가 도발을 막았고, 우리가 승리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악몽 같은 도발의 상처와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0억 원을 들여 대피소 7곳을 신축했고, 임시 대피소도 곳곳에 마련했다. 포격 피해 주민들이 거주할 가옥 32채도 새로 짓거나 보수를 마쳤다, 파괴된 연평면사무소 인근 가정집들은 그대로 보존돼 안보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2일 육군 3군사령부를 방문해 폭력배가 우리 목숨을 위협하고 재산을 빼앗으려고 할 때 몽둥이로 대응해 격퇴해야 하는 것처럼 북이 도발하면 응징해야 한다면서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군은 연평도 도발 2년을 맞는 23일 서북도서방위사령부와 육해공 전력이 참가하는 국지도발 대비훈련을 실시한다.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으로 무장한 F-15K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구축함 등이 참가한다. 북한의 포격 도발과 서해 5도 기습강점을 상정한 지휘소연습(CPX)과 실기동훈련(FTX)으로 진행되며 실사격은 이뤄지지 않는다.

북한은 한국의 연평도 도발 2주년 기념행사를 비난하며 도발을 위협했다. 북한군 서남전선사령부 대변인은 21일 거짓으로 포장된 연평도 승전 기념식 추태는 제2의 연평도 불바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괴뢰들이 다시 도발을 걸어온다면 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드팀없는 의지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