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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이웨이웨이의 말춤

Posted October. 27, 201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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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도 옷차림도 범상치 않다. 덥수룩한 수염에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아저씨가 검정 양복에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나와 신나게 싸이의 말춤을 춘다. 한 손에 수갑을 꺼내 들고 우스꽝스럽게 몸을 흔들어대는 이 남자의 어설픈 춤이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차오니마() 스타일이라는 패러디 영상의 주인공은 중국의 반체제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아이웨이웨이(55)다.

차오니마는 중국어 욕설과 발음이 비슷해 중국 누리꾼들이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비판하는 은어로 사용한다. 아이웨이웨이는 말춤을 추면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조롱하고 있다. 그는 설치미술 건축 디자인 등 여러 장르를 함께 다루는 국제 미술계의 스타 작가다.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리뷰는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 가운데 그를 지난해 1위, 올해 3위에 올렸다. 그는 예술작품과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중국의 인권탄압과 언론통제를 비판해오다가 올해 4월 탈세 등의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뒤 81일 동안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전 세계 예술가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석방을 요구하는 퍼포먼스와 시위를 곳곳에서 펼쳤고 그는 저항적 예술가의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다.

그는 새 둥지 모양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의 공동 설계자였으나 자유와 민주가 사라진 사회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했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는 학교 건물 붕괴로 숨진 학생들의 명단을 조사해 세상에 알렸다. 이 때 정부의 허술한 대처와 사망자 숫자의 은폐 의혹을 제기함으로서 당국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중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톈안먼광장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서양식 욕설을 하는 모습이 담긴 그의 사진도 중국 사회에 논란을 불렀다.

중국 정부는 그의 블로그를 폐쇄하고 스튜디오를 불도저로 밀어버린데 이어 올해 약 27억원에 이르는 세금폭탄을 투하했다. 노골적 탄압은 그의 이름을 세계에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베이징 집에서 하루 종일 공안의 감시 속에 살고 있으나 작품 값은 치솟고 전시회 제의도 쏟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압박할수록 그의 국제적 영향력만 커지고 있다. 아이웨이웨이 스타일은 중국 정부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