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26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이후 고향인 부산을 방문했다.
안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낮 12시 10분 묘역에 도착해 방명록에 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진심어린 마음가짐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 후보의 봉하마을과 부산 방문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최대 지지 세력인 친노(친노무현)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민심까지 노린 것이다. 묘역에 10분가량 머문 안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이동해 권 여사와 40여 분간 환담했다. 지난달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20분가량 만난 것에 비해 2배 긴 면담이었다. 박 후보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묘역 방명록에 아무런 글을 남기지 않았다. 박 후보 측은 당시 묘역에 방명록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권 여사에게 노 전 대통령 취임 몇 달 전 따로 만나 뵐 기회가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때) 대선후보 후원회장직을 제안하려 했었는데 (안 후보의) 책을 다 읽고 나니 후원회장을 시키면 안 되겠다, 마음고생을 하겠더라고 말하고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또 안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취임식에 국민대표로 초청받아 참석했고,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부인과 딸이 봉하마을에 내려와 몇 시간을 기다려 참배한 일화도 권 여사에게 소개했다.
권 여사는 안 후보에게 잘하고 계신다. 건강 잘 지키시고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격려했고, 환담 이후 직접 뜰과 집 내부를 안내했다. 안 후보는 배웅하는 권 여사에게 다시 꼭 찾아뵙겠다고 인사했다.
안 후보는 권 여사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권 여사가) 정치인 가족에 대해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며 노 대통령께서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이고, 정말 진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해준 분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후 부산으로 이동해 모교인 부산고를 방문하고,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부산에 있는 부모 댁에서 1박을 했다. 부산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고향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1차 고비로 여겨지는 추석을 앞두고 자신이 부산의 대표 후보임을 각인시키기 위해 부산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이날부터 경찰 경호를 받기 시작했다. 경호팀은 경감급을 팀장으로 10명 안팎으로 꾸려졌다. 박 후보와 문 후보에게는 각각 20명과 15명 안팎의 경호팀이 배치돼 있다.
한편 싱크네트워크 내일 포럼을 통해 각종 정책을 논의하고 있는 안 후보 측은 추석 전후 정책 발표 일정과 로드맵을 공개하고 10월 안에 국정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측 전문가 그룹에 2009년과 2010년 민주당이 보수와 진보를 넘어 중도개혁주의 지향을 표방하며 내세웠던 뉴민주당 플랜의 브레인들이 대거 포진한 것도 눈에 띈다. 안 후보 측 정치혁신 포럼에서 대표와 간사를 맡은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고원 서울과기대 교수, 외교안보통일정책네트워크 포럼에 참여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그들이다. 안 후보가 25일 포럼에서 말한 포용적 성장이란 표현도 뉴민주당 플랜 때 쓰였던 메시지다.
길진균 최우열 leon@donga.com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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