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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공히 정당민주주의 지킬 책임 통감해야

[사설] 여야 공히 정당민주주의 지킬 책임 통감해야

Posted September. 08, 2011 08:31   

안철수 현상은 우리 정당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내부 계파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매인 나머지 동맥경화에 걸려버린 느낌이다. 야권 통합 논의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뒤로 밀려나고 장외()의 이해찬 문재인 씨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여야가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정작 국회의원 세비()인상 같은 공동 이익에 대해서는 철저히 담합하는 후안무치()한 정치행태에 국민이 매를 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안 원장이 정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출마 의사 표명도 안했는데 정치권이 흔들릴 정도라는데 이렇게 허약한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황당하다고 조롱할 정도가 됐다.

195060년대 주한 미국대사관 문정관으로 재직하면서 한국 정치의 격변기를 지켜본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의 정치를 소용돌이(vortex)의 정치라고 평가했다. 국가와 개인을 잇는 정당과 같은 중간단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안철수의 돌풍은 우리 정당정치의 지리멸렬함 속에서 생겨났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씨는 제왕적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속적으로 외부의 새로운 인물을 끌어들여 당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지속적인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한국 정치를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인재의 충원 기능이 상실돼 있다.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복원돼야 헌법에 명시된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고 길거리 정치를 극복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진보와 보수, 인종차별이 없는 하나의 미국을 만들자는 감동적인 연설로 정치적 두각을 나타냈다. 그해 흑인으로는 유일하게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2008년 치열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대선에서도 로스 페로와 랄프 네이더 등 제3후보가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지만 오랫동안 다져온 민주-공화 양당의 정당정치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정당정치를 통해 작동되는 사회적 소통 시스템이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린 덕분이다.

정당정치의 핵심 기능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여과장치를 통해 민심과 소통하는 것이다. 민심과 호흡하는 정당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여야 정치권은 공멸의 벼랑 끝에 다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추석 연휴를 계기로 여야는 전국 각지에서 생생한 민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필요하다면 모든 걸 허물고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안철수 돌풍이 우리 정당정치에 던지는 과제다. 여야는 정당민주주의를 지킬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