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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무적 외인부대 총잡이들

Posted November. 18, 20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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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사격연맹에 등록된 일반부 사격 선수는 267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저변이 얕은 한국 사격이 아시아경기가 열리고 있는 광저우에서 기적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17일 남자 25m 스탠더드 권총에서 개인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금메달 2개를 보태 벌써 10개의 금메달을 땄다. 세계적 사격 강국인 중국 관계자들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기적의 주역은 서산시청 사격팀이다. 39개 실업팀 중 하나인 서산시청은 이번 광저우 대회에 5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그리고 5명의 선수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거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날 열린 25m 스탠더드 권총 단체전에서 1708점을 합작해 금메달을 딴 홍성환(27사진), 황윤삼(27), 장대규(34)는 모두 서산시청 소속이다. 홍성환은 개인전에서도 575점을 쏴 북한의 김정수(573점)를 제치고 2관왕에 올랐다. 14일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여자 10m 공기권총 2관왕에 오른 김윤미(28)와 단체전 금메달에 힘을 보탠 김병희(28)도 같은 팀이다. 효자 종목 사격의 효자 팀은 단연 서산시청이라고 할 만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서산시청은 국내에서조차 변변히 성적을 내지 못한 약체 중의 약체였다. 이번에 금메달을 딴 선수들도 국제대회에선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이들이 대거 서산시청으로 팀을 옮긴 뒤 팀도 살고 개인도 발전하는 윈윈이 이뤄졌다. 선수들은 새로운 기분으로 한번 해보자며 똘똘 뭉쳤고, 팀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려 애썼다.

박신영 서산시청 감독은 양궁처럼 사격은 심리적인 부분이 실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험이 있는 선수들인 만큼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더 살려주려 했다고 말했다. 최고참 장대규는 지난 1년간 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힘든 훈련 과정을 버틸 수 있었다. 동생들과 노력해온 대가를 함께 누리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대한사격연맹을 후원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후원과 외인부대 서산시청 선수들의 맹활약 속에 한국 사격은 중흥기를 맞고 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