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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스코 3.0 시대

Posted September. 01, 201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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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건설은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대한민국 60여년 경제사에 획을 긋는 대역사()였다. 한국은 산업의 쌀인 철강의 자체 생산에 성공함으로써 조선 자동차 철강 가전산업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포스코(옛 포항제철)의 작년 조강 생산능력은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 미탈, 중국의 허베이강철과 바오산강철에 이어 세계 4위다. 품질수준은 생산량 6위인 신()일본제철과 함께 세계 정상급으로 꼽힌다.

작가 이병주는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역사와 신화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포스코를 빼놓을 수 없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1970년 4월1일 포항제철소 착공식에서 공사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우리는 전원 저 오른쪽에 보이는 영일만에 들어가 빠져 죽는다고 다짐한데서 우향우 정신이란 말이 나왔다. 회사 창설멤버 39명이 밤낮 없이 일하던 영일만 앞 모래벌판의 2층짜리 목조건물은 롬멜 하우스로 불린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치인이나 관료의 금품 요구나 이권 및 인사개입을 막기 위해 박태준을 건드리면 누구든 가만히 안 둔다고 친필로 쓴 종이 마패를 박태준에게 주었다.

포스코는 요즘 포스코 3.0 시대의 경영혁신을 강조한다. 포항 광양제철소 건설이라는 창업의 1.0 시대와 민영화, 회사명 변경, 파이넥스 설비 준공 등 수성()과 성장의 2.0 시대에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도약하자는 다짐이다. 철강 중심의 단일사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건설 자원개발 등 비철강 분야를 함께 키워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고,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절차의 마무리는 포스코 3.0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 성격을 지닌다.

중국 철강산업의 급성장은 올해 제철소 착공 40년을 맞은 포스코가 직면한 큰 위협요인이다. 업종 다각화는 중요하지만 본업인 철강업의 경쟁력을 지키지 못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포스코만의 고민은 아니지만 한국 기업이 영업을 잘해 이익을 내는 것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범죄행위라도 되는 양 눈을 흘기는 정치권과 정부 일각의 뒤틀린 시각도 경영에 부담을 주는 복병이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