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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여 존슨, 비운에 울다

Posted August. 17, 201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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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홀에서 파가 아니라 보기를 해 그나마 덜 억울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비운의 사나이 더스틴 존슨(미국)의 입에서 실제로 나온 말이다. 그 사연을 알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6일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GC(파727507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골프대회인 PGA챔피언십 4라운드. 존슨은 17번홀까지 합계 12언더파로 버바 왓슨(미국)과 마르틴 카이머(독일)에게 1타 차로 앞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존슨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휘더니 갤러리 사이에 떨어졌다. 존슨은 별다른 생각 없이 세컨드샷을 했고 그 홀에서 보기를 했다. 파 세이브를 한 왓슨 및 카이머와 동타가 된 그는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PGA 규칙위원회는 그의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으며 세컨드샷을 할 때 클럽이 땅에 닿았다며 2벌타를 선언했다. 경기가 열린 휘슬링 스트레이츠에는 1200여 개의 벙커가 있다. 갤러리 사이에 있어 전혀 벙커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존슨이 무심결에 클럽을 지면에 댔다가 2벌타를 먹은 것이다. 경기 후 존슨은 갤러리가 하도 밟고 다닌 탓에 그냥 땅이라고만 생각했지 벙커라고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나마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해 1타 차가 아닌 2타 차로 연장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존슨은 결국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존슨과 메이저 대회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존슨은 올해 US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11오버파 82타로 무너지면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놓쳤다.

한편 카이머는 3개 홀 스트로크 승부로 펼쳐진 연장전에서 마지막 3번째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왓슨이 더블 보기로 무너지면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뛰는 카이머는 유럽에서는 다섯 차례 우승했지만 미국 무대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선수 중에는 노승열(19타이틀리스트)이 공동 28위(2언더파 286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최경주(이븐파 288타)와 김경태(1오버파 289타)가 각각 공동 39위와 공동 48위에 자리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