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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선 랭걸 미의원의 추락

Posted July. 24, 20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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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대표적 지한파()인 찰스 랭걸 하원의원(80)이 의원윤리규정 위반으로 정치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랭걸 의원은 뉴욕 할렘이 지역구로 지금까지 20차례 당선됐으며 11월 중간선거에 출마를 선언해 21선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지난해엔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 제정을, 올해 6월엔 한국전쟁 60주년 결의안을 주도해 우리와 친숙하다.

랭걸 의원은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동료의원 4명과 해외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세미나 참가비용을 AT&T,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회사에서 지원받았다. 랭걸 의원은 기업후원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윤리위원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윤리위 결정이 나온 3월 랭걸 의원은 세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와 별도로 윤리위는 수입 누락, 원유회사에 대한 세금혜택 등 다른 규정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2년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의원들이 세금이나 기업후원으로 외유성 해외시찰을 하는 것은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들다. 의원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의 범주도 정해져 있다. 연간 100달러 한도 내에서 50달러 미만짜리만 가능하다. 고가의 펜이나 크리스털은 받을 수 없고 야구모자, 티셔츠는 된다. 기업 리셉션에서 식사도 할 수 없다.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일자 2000년 리셉션 예외 규정이 생겨 도너츠 커피 감자칩은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런 분위기이니 해외세미나 비용을 기업에 부담시킨 랭걸 의원의 행위는 중간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정도의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한국인 애국자가 죽어서 천당에 갔다. 평소 그를 기특하게 생각했던 신이 소원을 물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게 해주세요. 신은 난색을 표하며 그건 다른 나라에 공정하지 못하다며 다른 소원을 물었다. 깨끗한 정치인 10명이 통치하게 해주세요. 잠시 고민하던 신이 말했다. 월드컵 4강은 안되겠나? 우스개지만 웃을 수만도 없는 현실풍자다. 우리 정치인은 여러 부패지수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이다. 20선() 40년 의원 생활을 한 랭걸 의원의 추락에 우리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