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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럽 좌파의 퇴조

Posted May. 14, 20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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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 때 급진적 사회변혁을 주장하던 자코뱅당 의원들은 의회의 왼쪽에 앉았다. 반면 온건노선을 취하던 지롱드당의 의석은 오른쪽이었다. 여기에서 좌파와 우파라는 말이 나왔다. 이후 좌파의 한 갈래는 폭력혁명과 독재를 지향하는 공산주의로, 또 한 갈래는 비폭력 의회주의를 통해 경제적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로 발전했다. 유럽의 30여개 온건 사회주의 정당 대표들은 1951년 서독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역사적인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채택하면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결별했다.

영국 노동당,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 등은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계승한 중도좌파정당이다. 유럽에서 폭력혁명과 계획경제에 집착하는 극좌세력은 미미해졌다. 유럽의 주요 좌파정당 가운데 북한 정권의 독재와 인권유린을 감싸거나 침묵하는 정당은 찾기 어렵다. 다만 우파가 자유와 경제성장, 시장()을 중시한다면 좌파는 상대적으로 평등과 분배, 정부 역할을 강조한다. 정책 차이가 옛날보다 줄었지만 좌파가 집권하면 큰 정부와 포퓰리즘으로 흐를 개연성이 높아진다.

요즘 유럽의 중도좌파 정당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 최근 영국 총선에서 참패한 집권 노동당은 13년 만에 우파 야당인 보수당에 정권을 넘겨줬다. 지난달 헝가리 총선에서도 집권여당이던 사회당이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좌파 정권은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3개국으로 줄었다. 유럽에서 좌파의 퇴조를 불러온 결정적 원인은 경제정책 실패다.

사회적 연대와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좌파적 가치는 앞으로도 일정한 호소력을 지닐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나 시장보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수록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재정적자가 커진다는 것이 좌파의 딜레마다. 유럽 중도좌파와 달리 한국의 일부 좌파는 악의적 사실왜곡과 불법폭력을 서슴지 않고 그런 행태를 부끄러워하지도 않은 채 여전히 사회정의와 깨어있는 의식을 입에 올린다. 이런 자들이 진보세력을 자처한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치열한 문제의식 없이 그들을 진보로 대접해주는 것은 개념 왜곡이자 기회주의적 지식인들의 비겁한 행태를 드러내는 일이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