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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리안, 건설현장 지휘 주말엔 사막서 나이스 샷

2% 코리안, 건설현장 지휘 주말엔 사막서 나이스 샷

Posted April. 16, 20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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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 중동 건설현장의 한국인이라면 으레 뜨거운 태양 아래서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이미지였다. 연장을 쥔 손에는 항상 굳은살이 배어있고 얼굴은 햇볕에 까맣게 그을었으며 작업복은 온통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1520일 오만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에 진출한 한국 건설업체들의 현장을 둘러본 결과 한국 근로자들의 생활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세계 무대에서 급부상한 한국 경제의 위상이 해외건설 역군들의 삶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사막위의 골프, 외국인 조리사

나이스 샷.

지난달 19일 오만 두쿰 시의 대우건설 수리조선소 현장. 수도 무스카트에서 동남쪽으로 500km 떨어진 이곳에서 9홀 골프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막 위에 지은 것이라 숲이나 호수 같은 해저드(골프코스 상의 장애물)는 없지만 현장 근로자인 한국인 골퍼들은 인조잔디가 붙은 패드를 모래 위에 깔고 제법 그럴싸하게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이들의 옆에선 건장한 파키스탄 출신 남자 캐디가 클럽을 날랐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한국인 근로자는 주말이면 날씨가 선선한 오전시간을 이용해 사막 골프를 즐긴다고 말했다.

이들이 숙소로 쓰는 곳은 컨테이너박스를 연결해 만든 조립식 건물. 식당에서는 한국인 주방장 1명이 외국인 조리사들을 지휘해 중동에서 먹기 어려운 된장찌개, 육개장, 삼겹살 등 한식을 내놓는다. 식재료는 매달 컨테이너선을 통해 한국에서 직접 조달한다. 직원들은 쉬는 시간엔 화상 메신저를 통해 가족들과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거나 인터넷 전화로 통화한다.

건설현장의 노동자에서 관리인으로

두쿰 현장의 총 근로자 가운데 한국인은 103명. 전체 2252명 가운데 4.6%에 불과했다. 조기석 두쿰 수리조선소 현장소장은 과거 우리 선배들은 그야말로 노동을 했지만 이제는 전체 근로자의 2%밖에 안 되는 한국인이 전체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며 그만큼 한국의 국격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곳 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동 건설현장에서는 한국인이 파키스탄과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숙소에서는 하우스 보이 오피스 보이라고 불리는 외국인 남성 가사도우미들이 빨래, 요리, 기타 심부름 등을 한다. 대우건설의 한 현장 간부는 4개월에 한 번 씩 2주간 휴가를 가서 집에서 쉬고 있으면 부인이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타박을 한다며 오히려 이곳에서는 가사 도우미 덕분에 귀족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오지 근무 꺼리는 젊은 엔지니어들

물론 한국인들의 현지 근무여건이 나아진 것을 좋게만 볼 일은 아니다. 한국인들이 실무보다는 관리직종에 주로 종사하다보니 현장에서는 경험과 기술을 가진 건설엔지니어들의 대()가 끊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요즘 중동이나 아프리카 건설현장에서 가장 악착같이 일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들이다.

이는 한창 현장에서 땀을 흘려야 하는 젊은 사람들이 오지 근무를 꺼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아부다비 건설현장 관계자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나오려고 하지 않아 현장이 노령화되고 있다며 젊은 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기술과 경험의 전수가 끊겨 건설한국의 신화도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아부다비,두쿰=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