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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구역 다도해 섬들 해류 타고온 외국 쓰레기로 몸살

청정구역 다도해 섬들 해류 타고온 외국 쓰레기로 몸살

Posted January. 09, 201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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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은 중국에서 왔고, 라이터는 일본에서 밀려 왔네요. 7일 전남 여수시에서 남쪽으로 40km 떨어진 안도. 남해 끝자락 섬인 안도 이야포 해안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플라스틱 생수통과 폐비닐 등이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길이 1km 정도 되는 해안을 따라 걷던 광양만권환경연구소 회원 2명이 바위틈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찾아내 들어 보였다. 생수병에는 중국 상표 이름과 상하이(), 항저우() 등의 지명이 새겨져 있었다. 중국 항생제 연고나 일본제 라이터, 필리핀에서 자라는 핑크색 따개비도 발견됐다. 김인택 씨(44)는 두께가 얇은 생수병은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오랫동안 바다를 떠다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포에서 2km 떨어진 동고지 해변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2009년 12월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비디오테이프 케이스와 태국산 화장품, 대만 유명 야구선수가 그려진 생수병 등이 폐그물 속에서 나왔다.

외국 쓰레기 국제터미널 된 다도해

남해와 서해로 밀려드는 외국 쓰레기가 매년 늘고 있다. 광양만권환경연구소 등 전국 11개 시민단체가 서남해안 섬을 조사한 결과 바닷가 쓰레기 가운데 외국 쓰레기 비율은 2006년 12%였으나 2008년에는 20%로 늘었다. 이들 단체는 2008년 6월부터 12월까지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죽도리에서 경남 남해군에 이르는 10개 섬에서 가로 10m, 세로 10m 구간을 정해 쓰레기를 두 차례 수거했다.

광양만권환경연구소 등이 당시 수거한 쓰레기는 모두 6000여 점. 이 가운데 외국 쓰레기는 1420점에 이르렀다. 외국 쓰레기 국가 비율은 중국 74%, 일본 6% 등으로 전체 외국 쓰레기의 80%를 차지했다.

여수시 안도 주민들은 지난해 10월까지 3차례 공공근로사업으로 바닷가에서 쓰레기 수십 t을 모았다. 김대준 안도어촌계장(40)은 쓰레기를 치운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이 많은 쓰레기를 또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며 인근 무인도에는 스티로폼이 어른 가슴 높이까지 쌓여 있는데도 손을 못 대고 있다고 전했다.

바다쓰레기로 여수박람회 비상

공해상에 떠다니는 외국 쓰레기는 매년 3, 4월 동남쪽으로 흐르는 해류을 타고 한국 연안으로 밀려든다. 68월에 부는 태풍도 쓰레기 연안 유입의 한 원인이다. 외국 쓰레기로 인해 2012년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도 비상이 걸렸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측은 다도해로 밀려드는 외국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실태를 파악한 뒤 정부에 대책 마련을 건의할 생각이다.

여수시는 연간 3000t의 해상 쓰레기를 수거해 선박에 실어 육지로 운반한 뒤 일반 쓰레기는 소각하고, 스티로폼은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양이 많아 외국 쓰레기를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가 간 해상 쓰레기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수박람회를 앞두고 국가와 지역별로 해상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연안통합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해광 광양만권환경연구소 사무국장은 해상 쓰레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수세계박람회에서 아시아 국가 간 해양 쓰레기 처리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국제회의를 여는 방안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