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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 와서 무슨 4대강 국민위원회란 말인가

[사설] 지금 와서 무슨 4대강 국민위원회란 말인가

Posted December. 30, 20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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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제 4대강 사업과 예산 점검을 위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4대강 국민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두 당이 4대강 예산과 일반 예산을 분리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를 제안했고, 한나라당도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당장 내년도 4대강 예산안부터 국민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뒤 국민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의견이다.

4대강 국민위원회를 언제 설치하느냐를 떠나 지금에 와서 이게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민주당은 그동안 4대강 예산에 대한 반대로 예결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한 채 내년 예산안 전체에 대한 심의마저 거부해왔다. 4대강 사업이 필요한지, 예산안은 적절하게 짜였는지, 대운하 사업과의 관련성은 어떤지 등을 따지려면 무턱대고 심의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야 했다. 국민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느꼈으면 그것도 진즉에 제기했어야 옳다. 내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이제 와서 국민위원회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않다.

우리는 미디어관계법 논의 때 민주당의 제의로 설치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어떤 기능을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여야 추천 위원들이 100일간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시간만 허송한 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미디어관계법안은 민주당의 극렬 반대 속에 한나라당의 단독처리로 매듭지어졌다. 국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상임위라는 공식 논의기구를 두고 외부 전문가 집단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는 처지에 여야 추천 인사들로 전문가 위원회를 만든다는 건 책임 회피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예산안에 대해 예결위와 본회의에서 끝장토론을 한 뒤 자유투표로 표결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제의했다. 내일 자정까지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정부는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 이런 급박성을 감안한다면 끝장토론과 자유투표를 통한 표결이 답이다. 건강보험 개혁안을 표결 처리로 해결한 미국 상하원의 예에서 보듯 그렇게 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의 기본이기도 하다.

4대강 국민위원회 설치 구상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실익도 없다.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해야 마땅하다. 타협책의 일환으로 만의 하나 설치키로 하더라도 내년 예산안 처리와는 별개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