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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큰데 세금까지? 해외펀드 투자자 한숨

손실 큰데 세금까지? 해외펀드 투자자 한숨

Posted July. 08, 20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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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 씨는 글로벌 증시가 꼭짓점에 이르렀던 2007년 9월 중국펀드와 라틴펀드에 모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들 펀드는 금융위기 때 원금이 절반도 안 남을 정도로 손실이 컸지만 최근 해외증시의 회복세에 힘입어 수익률이 그나마 40%대까지 올라온 상황.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A 씨는 최근 다시 고민에 빠졌다. 올해 말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원금을 회복하려면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판인데, 내년에 증시가 오르면 손실 난 펀드에 세금까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는 해외펀드 투자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A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해외펀드 계좌는 5월 말 현재 700만 개가 넘는다. 다만 정부가 7일 해외펀드의 환차익 계산법에 대한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그동안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고도 지난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익에 대한 세금까지 납부해 온 투자자들은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해외펀드 비과세는 예정대로 끝날 듯

2007년 초 정부가 발표한 해외펀드 비과세 방안은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조치다. 당시는 글로벌 증시가 대호황기였기 때문에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해외 증시가 대폭락을 하고, 비과세 혜택마저 올해로 끝나면서 내년부터 많은 투자자가 펀드 손실과 세금 납부라는 이중고()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원금이 2000만 원이었던 펀드 평가액이 반 토막이 나서 올해 말 1000만 원이 됐을 경우, 내년 수익률이 절반을 회복해 1500만 원이 되더라도 투자자는 내년 투자이익 500만 원의 15.4%인 77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펀드의 가입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25%에 머물고 있지만 손실은 손실대로 나고, 투자이익 명목으로 세금까지 징수당해야 하는 셈이다.

각 금융사의 지점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류남현 PB팀장은 오래전에 가입해 잊어버리고 있다가 최근에 이슈가 되니까 당황하는 고객이 많다며 일단 연말까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지만 벌써 환매를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해 기획재정부에 비과세 혜택을 당분간 연장하거나 세금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재정부가 이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입 감소와 대규모 재정지출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최근 세정 운영 방향을 적극적인 세수 확보로 바꿨기 때문이다. 또 현재 외환시장 상황이 달러가 남아돌던 2007년 당시와는 다른 만큼 굳이 비과세 혜택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유재동 차지완 jarrett@donga.com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