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군포시 산본동에 있는 한 대형할인점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밀가루 판매대을 메웠다.
주부 진서희(36) 씨는 평소 식품회사 과자가 못미더웠는데 아예 이 참에 집에서 직접 쿠키와 빵을 만들어 먹여야겠다. 그런데 이 밀가루는 안전한지 모르겠다면서 포장지에 적혀있는 성분 표시를 꼼꼼히 읽었다.
매장담당인 김경태(가명) 씨는 17일 생쥐머리 새우깡 사태가 벌어 이후 과자코너 고객이 40% 이상 줄었다면서 이번에 새우깡, 참치, 즉석밥 등 구매율이 높은 식품 품목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서 그런지 소비자의 불신감이 좀처럼 가라앉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식품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연일 굵직굵직한 식품 사고가 터지고 있다. 주부들은 장보는 게 두렵다. 엄마들은 아이가 잘못될까 봐 불안감에 떨고 있다.
동원F&B의 동원 라이트스탠다드 참치캔 제품에서 발견된 칼날은 공장 시설 수리과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가 이 날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식품안전 불감증이다.
국내에 유통 중인 옥수수와 옥수수 가루 일부에서 발암성 곰팡이 독소인 푸모니신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국내에는 푸모이신 기준치조차 없어 관리 자체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식품사고가 터질 때마다 관리당국의 늑장대응이 지적되고 있다. 대응 강도가 낮아 제품을 회수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나왔을 때 중국 현지공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경우 과자에서 이물질이 검출되면 그 기업은 부도사태를 맞기도 한다. 그만큼 품질과 안전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쉬쉬하고 숨기려 할 뿐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 동원 F&B는 참치 칼날을 신고한 소비자에게 참치선물세트를 줘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민석 고려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현재 식품업체는 위해 세균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보건당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물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일일이 보고 의무가 없다면서 보건당국은 기업의 보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김현지 corekim@donga.com nu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