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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걸프펀드

Posted January. 16, 2008 07:27   

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했던 미국 뉴욕 월가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처량한 신세가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고가 바닥난 탓에 자금력 있는 전주()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손을 벌린다.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쳐 나는 중동 산유국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걸프펀드(Gulf Fund)가 급전이 아쉬운 미국 IB 지분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다.

걸프펀드란 페르시아 만 연안의 산유국들이 운영하는 국부()펀드를 뜻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두바이 등 6개국이 굴리는 돈은 약 1조7000억 달러. 전 세계 국부펀드의 절반을 차지한다. 씨티그룹은 아부다비투자청에 연 11% 수익을 보장하며 75억 달러를 빌렸고, 메릴린치는 40억 달러를 대 줄 곳을 찾고 있다. 씨티그룹 지분 3.97%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는 지난해 11월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를 퇴진시키는 데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도 이름이 알려진 외국계 금융회사 두어 곳으로부터 지분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상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데다 손실이 날 경우 책임 추궁이 두렵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투자공사(CIC)는 모건스탠리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싱가포르의 테마섹은 메릴린치 지분을 사들였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한 금융 전문가의 탄식이 가슴을 찌른다.

글로벌 IB의 지분을 매입하면 곧 월가 실력자들의 파트너가 된다. 선진 금융기법 학습은 물론 세계 금융계에서 발언권을 키울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변에서는 조만간 중동 자본의 한국 투자가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자 유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내 자본의 해외 진출이다. 국내에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많다. 외환위기 당시 알토란같은 기업을 외국 자본에 싼값에 넘기는 아픔을 겪으면서 돈의 위력을 절감했다. 지금은 그때 잃어버린 돈을 찾아올 때가 아닌가.

박 원 재 논설위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