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맨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육상에도 르네상스 맨이 있다. 치타처럼 100m를 질주하더니 어느새 헤라클레스가 되어 포환과 창을 던지고 이번엔 얼룩말처럼 1500m를 달린다.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종경기에 출전한 김건우(27포항시청사진)는 만능 육상선수다.
남자 10종경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육상의 기본 명제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에 모두 도전하는 종목. 100m,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110m 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 등 10개 종목을 트랙과 필드를 오가며 이틀 동안 치러내야 한다. 최종 순위는 종목별 점수를 합산해 가린다. 세계기록은 로만 셰브를레(체코9026점)이 갖고 있고 한국기록 보유자 김건우의 기록은 7824점. 아직 차이가 많이 난다.
최고 선수들이 모두 나온 세계선수권대회는 처음이에요. 들러리를 선다는 느낌도 있지만 기죽지는 않을 겁니다. 많이 배워 그들처럼 돼야죠.
경북체고 3학년 때 10종경기에 입문한 김건우는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7연패를 차지했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고교 3학년 중반까지 세단뛰기를 했는데 기록이 별로였어요. 그런데 10종경기로 바꾸고 한 달 만에 추계중고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경기 순서 중 마지막인 1500m. 2005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어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의 김건우, 첫 금메달입니다라고 외치는 해프닝도 있었다. 김건우는 당시 합계 점수로 2위를 차지했다.
아직 국내에는 10종경기 전문 코치가 없어요. 유학을 가서라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4년 뒤 대구에서는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이번 대회 목표는 출전 선수 30명 가운데 15위 내에 이름을 올리는 것. 그의 철인 레이스는 31일 오전 10시 100m 출발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