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는 왜 보는 사람 조마조마하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재미있지 않으냐며 웃었다. 우승 직후 지인과의 통화에서 그랬다고 한다.
그만큼 타고난 승부사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치른 5차례 연장전에서 모두 승리한 것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선두를 달리다 역전을 허용한 뒤 6번홀에서 모건 프레셀에게 홀인원까지 얻어맞았을 때는 만감이 교차했던 게 사실.
부럽기도 하고 황당했다. 이번 대회도 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일렀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홀인원이 나를 깨웠으며 집중력도 생기게 했다.
박세리는 이 대회에서만 5차례 우승하며 100만 달러 가까운 상금(99만5073달러)을 벌어들였다. 골프장 인근을 지나는 도로인 먼로 스트리트는 앞으로 1년간 박세리의 이름을 딴 세리 박 드라이브로 명명된다.
이런 사실에 대해 정말 좋다. 나와 잘 맞는 도시라고 반긴 박세리는 다가올 브리티시여자오픈(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의 선수상에도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뒤 다음 주 HSBC매치플레이가 열리는 뉴욕으로 이동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