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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까막눈 17개월

Posted May. 22, 2007 03:23   

국책은행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활동을 해도 허술한 내부통제장치 때문에 투자 자체를 막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 K(53) 지점장이 지인들에게서 모은 수십억 원의 투자 금액을 날린 뒤 잠적한 사실이 본보 보도로 알려지면서 국책은행의 내부통제장치에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21일 내부통제 담당 직원을 현장에 배치하는 등 사건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산은,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은 윤리강령 형식의 내부통제 관련 규정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임직원 개인의 투자와 관련한 사항을 제한하는 규정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거래 제한(산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 금지(수출입은행) 내부자거래행위 금지(기업은행) 등이다.

대체로 직무와 관련해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규정을 실질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장치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본인 명의로 거래할 경우 정기 감사 때 투자 내용을 알 수 있지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투자할 때는 감사를 해도 알 수 없다.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산은은 K 지점장이 잠적한 뒤 그가 근무했던 지방 지점과 지난해 신탁부장 재직 당시 업무 내용을 확인하는 감사 절차를 거쳤다.

이번 감사는 사고 자체가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은행에 피해를 줬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산은 측은 K 지점장이 주식 투자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한 적이 없고, 은행 자금을 유용하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부동산 금융 관련 사업을 주로 관리했던 K 지점장이 부동산 정보를 이용해 투자활동을 했는지 직무가 아닌 은행 내부 정보를 이용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내부통제장치의 문제점 때문에 유사 사건이 언제라도 재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산은에선 2004년에도 이번 K 지점장 잠적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산은 자본시장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수년간 동료와 친지 110명에게서 58억 원을 받아 주식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하다가 대부분 날린 뒤 잠적해 파장이 일었다.

이후 산은은 주식투자 사건에 연루된 간부 8명을 보직 해임하고 근무시간 중 주식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내부통제체제를 정비했다.

이런 통제장치 강화에도 불구하고 유사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에 산은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본보 보도 직후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일벌백계 차원에서 K 지점장을 파면하는 한편 전국 각 영업점에 40명의 내부통제역을 배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K 지점장 사건의 경우 피해액이 상당히 커 출국 금지 조치를 바로 했다고 밝혔다. 고소인 5명이 제기한 피해액만 30억 원에 이르고 대학 동문 친구 등 이번 고소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추가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신속한 조치를 한 것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당장은 아니지만 산은 자체 감사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특별검사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홍수용 정혜진 legman@donga.com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