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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재협상론 솔솔

Posted April. 13, 2007 07:59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측 협상 수석대표가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즉각 재협상은 없다며 못 박았지만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의 이런 움직임이 쇠고기 및 자동차시장 개방 등의 추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커틀러 미국 측 대표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미 의회와 행정부가 노동 및 다른 분야의 FTA 조항을 더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이런 협의가 끝나면 향후 방안을 한국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미 의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한미 FTA 마지막 회담이 열리던 지난달 27일 노동 환경 등을 강조한 새 무역정책(New Trade Policy)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미국 측 협상단은 민주당이 노동 분야에서 새로운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지만 협상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찰스 랭걸 미 하원 세입위원장은 7일 FTA 타결안 중 관건은 쇠고기와 자동차 조항이라며 미흡하다면 FTA 안을 의회가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원칙적으로 재협상은 없다는 쪽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한미 FTA는 여러 조항이 맞물려 이익의 균형을 맞춰 타결됐다며 다시 협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밝혔다.

협상이 타결된 뒤 기술적인 문구를 조정하는 것 외에 협상 내용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재협상 계획은 없다는 설명이다.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문구 수정은 할 수 있어도 이미 타결된 이후 새로운 제안에 대해 논의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미 행정부가 노동 분야에서 재협상 요구를 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미국이 한미 FTA를 체결해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고 (문제를) 제기해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재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낮은 수준의 협의를 하기 위해 재협상 가능성을 흘리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은 미 의회나 이익단체 등에서 일부 타결 내용에 대해 상당히 불만스러워 한다며 협정문 본문(text)을 고치지 않더라도 부속서(annex)를 넣는 방안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행정부는 의회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다. 통상권을 쥐고 있는 미 의회가 비준을 거부하면 협정 발효가 상당기간 늦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전문직 비자쿼터 협상 등 미국과 추가로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이 남아 있다며 주미 대사관이 미 의회의 움직임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