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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위가 변해야 경제가 산다

Posted December. 14, 2006 07:23   

일본이 장기불황에서 탈출해 58개월째 경기 확장을 누릴 수 있게 된 데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 개혁정책이 있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고서에서 일본은 사회보장이나 공공투자 부문에 대한 정부 역할을 줄인 결과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균형발전이라며 전국에서 도시개발 사업을 벌이고, 재정계획도 미흡한 복지확충 계획을 불쑥불쑥 내놓는 우리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일본은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면서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우리는 말뿐이었다. 핵심규제는 그대로 남았고 규제 건수도 오히려 증가했다. 대기업 규제의 상징인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논란만 무성했지 개편 법안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출총제가 기업투자에 직접적인 제한이 되지 않고 다만 간접적, 심리적 제한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기업들은 핵심적인 대기업 규제제도가 장기간 확정되지 않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공정위만 듣지 못하고 있다. 기업투자 부진은 일자리 부족, 소비 부진, 성장잠재력 위축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결국 공정위가 이런 문제를 키운 셈이다.

재계는 공정위가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거나 담합 판정을 내린 데 대해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에 밉보일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기업들이 이러겠는가.

이런 공정위가 유난히 개입하는 분야 중 하나가 신문시장이다. 이번엔 신문시장의 불편위법 사례에 관한 구독자들의 수기()를 공모해 세금으로 상금을 주겠다고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옥죄기 위해서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 공정거래 감시기관이 이런 일을 하는가. 경제의 한국병()을 키우고, 권력의 손발이 돼 신문시장에나 개입하는 공정위가 변해야 우리 경제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