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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당에 들어가 세상을 바꿔요

Posted July. 29, 2006 03:00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주도의 운동권이 쇠퇴하면서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대학생들이 기성 정당으로 직접 눈을 돌리고 있다.

민주화 투쟁이라는 공감대가 사라진 캠퍼스에서 이념에서도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와 학생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정당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가장 앞서 있는 민주노동당은 전국 80여 개 대학에서 60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도 내년 대선을 겨냥해 조만간 본격적으로 대학생 조직을 구축하기로 했다.

거침없는 목소리들=김치언(22이화여대 3년) 한나라당 2030위원회 부위원장은 학교 등록금 문제를 앉아서 구호만 외치면 뭐가 달라지느냐며 말했다. 주로 대학생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매달 열리는 모임에서 합의된 건의사항을 당에 전달한다. 김 씨는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산하 열린정책연구원에서 활동 중인 이화여대 4년 김모 씨는 정당과 연계된 학생활동은 투쟁적 학생운동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학생위원회는 기자회견, 입법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 참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비민주적인 학칙을 조사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운동권의 입지는 더욱 축소되는 양상이다.

요즘 한총련,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은 주로 반미 친북 성향의 외부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체적인 대형 집회 개최나 이슈 생산은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

대학생 정당조직, 문제는=민노당 학생위는 민노당의 진성당원으로 이뤄져 있다. 중앙당과 운영위원회, 집행위원회, 학교별 대학위원회 등 피라미드식으로 이뤄진 당 조직의 일부다. 민노당 대학위원회 본부는 거의 매일, 운영위는 매월 2차례 모임을 연다. 이들은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민노당원이 쓴 책을 읽으며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민노당 학생위 측은 민노당과의 수직적 종속 관계를 부인하고 민노당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제도권에 진출한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기존 운동권의 과격한 행태를 답습하는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

이들은 폭력이 난무했던 반FTA 시위, 평택 시위 등에 동참해 왔다. 앞서 지난해 고려대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을 강제로 제지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는 등 투쟁 위주의 폭력성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이 점에서 민노당 학생위는 정책을 토론하는 정당 조직의 일부라기보다 실제로는 과격시위를 답습하는 전통 운동권의 변형 조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조만간 대학생 조직을 구성하되 대중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은 곧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당의 지부와 그 지역 대학을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역 의원들이 학내 신문에 글을 쓰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명맥만 유지했던 2030위원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각 학교 학생회 간부 출신들로 위원회 임원을 구성하고 현재 대학생을 모집 중이다.

학생운동의 대안 될까=이런 움직임에 대해 각 대학 총학생회는 긴장하는 표정이다. 봉일환 중앙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정치적 관점이 다양하고 이념적일 수 있지만 학생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학생과 정당이 쌍방향 의사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념에 맞는 정당에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학생들이 운동의 목표를 정하지 않을 경우 정당들의 특정 목표와 당리적 전략에 이용만 당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학생운동이 선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정민 길진균 ditto@donga.com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