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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공약 쏟아낸 與野…기업에 경쟁 맞설 무기 쥐어줘야

 반도체 공약 쏟아낸 與野…기업에 경쟁 맞설 무기 쥐어줘야

Posted March. 09, 2024 07:38   

Updated March. 09, 202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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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치권이 4·10 총선을 앞두고 반도체 산업 지원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몰려있는 경기 동남권 유권자들을 겨냥해 공장 설립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고, 세제지원을 늘리는 등의 약속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발표한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당 차원에서 지원하는 한편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등을 포함시켜 K칩스법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원 용인 이천 화성 등 경기 남부, 동부권을 반도체 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올해 말 종료되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일몰 기간을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반도체 산업 지원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내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듯한 정책들로 대동소이할 뿐 아니라 경쟁국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 390억 달러(약 52조 원)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대만 TSMC와 자국 기업이 합작해 짓는 공장 한 곳에만 4조 원을 지원했다. 대만 정부는 ‘대만판 실리콘밸리’ 사업에 1000억 대만달러(4조2000억 원)를 투입한다.

반면 한국의 지원은 세액공제, 행정편의 제공 수준이다. 재정적자와 ‘대기업 특혜’ 비판을 의식한 정부 여당, ‘부자 감세’에 반대하는 야당은 보조금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대기업 투자에 대한 법인세 공제를 8%에서 15%로 늘린 K칩스법은 올해 말 혜택이 끝난다. 법인세를 10%포인트 더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여야가 손을 놓아 작년 말 시효가 만료됐다.

그러는 사이 각국의 반도체 경쟁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세계 유일 극자외선 노광장비업체 ASML의 본사 해외이전을 막기 위해 상반기 중 ASML만을 위한 맞춤형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세계 1위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핵심인재를 빼간 미국 기업이 인공지능(AI)용 차세대 최첨단제품을 먼저 내놓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안팎에서 위협받는 시점에 치러진다. 여야는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맞서기에 충분한 지원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들 역시 어떤 정당, 어느 후보의 반도체 공약이 우리 경제의 미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