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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학점 선심

Posted July. 24, 20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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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몰린 학생들이 학점에 목을 매는 바람에 교수들의 학점 인심도 후해졌다. 이를 막기 위해 학생들의 점수를 입력하면 정해진 비율에 맞춰 학점이 배분되는 자동 상대평가시스템을 도입한 대학들이 많다. 여기에도 허점은 있다. 수강생 모두를 동점 처리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변별력을 잃어 다 같은 학점을 받게 된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후보 건국대 주경복 교수가 이 허점을 노려 올 1학기 2개 과목 수강생 전원에게 A학점을 줬다고 한다. A학점은 수강생의 35% 이하, A와 B학점을 합쳐 70% 이하로 한다는 학사규정을 어겨 교무처로부터 주의조치까지 받았다, 주 교수는 공동 리포트 수업이었고 학생들이 다 잘했기 때문이라 해명했다지만, 그렇다면 강의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남보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다. 주 후보의 평등 최고학점은 학생들의 경쟁심과 성취동기를 약화시켜 결국 실력 있는 인재 배출에 역행한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A학점 선심이 당장 학생들에게 인기는 있겠지만 취업시장에서 해당 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지적했다. 평등을 말하는 교수가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학교와 학생들의 장래는 어두워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프랑스는 더 이상 지식 창출의 리더국가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평등만 강조하다 고숙련 인재를 못 키워낸 하향 평준화 교육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민주노총 일부 좌파 언론의 지지를 받는 주 후보는 학력진단평가 교원평가 등 교육평가를 반대한다. 모든 학생에게 A를 주는 그의 다 잘해 평등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과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4%가 교원평가제에 찬성했다. 평가가 없으면 자극이 없고 교직을 그저 편한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교사에 대한 교육 소비자들의 걱정이 크다. 주 후보는 또 여론조사결과 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학교 선택제를 비롯, 자립형 사립고 설립 중단, 특목고 추가설립 반대 등으로 평준화 교육의 관철도 내세우고 있다. 평준화가 아니라 평둔화()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