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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킬러 집속탄 국제사회 금지 결속

Posted May. 09, 20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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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북부 시엥쿠앙 주()의 숲 속 오두막에서 살고 있던 비엥케오 카봉손 씨 가족은 지난달 집 주변의 배수로를 청소하고 있었다. 테니스공 크기의 고철 덩어리를 치우려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작은 아들은 즉사했고 아내와 딸은 다리를, 큰아들은 눈을 잃었다.

영국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집속탄(Cluster Munition) 피해의 참상이다. 한 가족을 파괴한 이 폭탄은 1960년대 말 미군이 투하한 것이다. 폭탄이 떨어진 지 40년이 되어 가는 오늘날에도 라오스에서는 폭격 당시 불발된 집속탄 폭발로 1년에 약 400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집속탄의 생산과 사용, 보관, 이동을 금지하자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1930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100여 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집속탄 금지협약 체결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

1발이면 1km2지역 초토화 피해자 98%가 민간인

1943년 처음 개발된 집속탄은 비행기, 헬리콥터에서 투하되거나 미사일 형태로 발사된 모()폭탄이 공중에서 수백 개의 자()폭탄으로 분리되면서 폭발하는 폭탄이다. 이 때문에 1개의 집속탄으로 최대 1km 넓이의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집속탄은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공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했으며 지금까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체첸 등 23개 국가나 지역에 투하됐다. 최근에는 2006년 8월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집속탄을 사용했다.

집속탄이 특히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폭격범위가 넓은 데다 투하 당시 폭발하지 않은 자폭탄들이 땅에 묻혀 지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인도주의 단체인 핸디캡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집속탄에 의한 사상자가 1만3306명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민간인이 97.9%(1만3031명)라고 집계했다. 이 단체는 자료 수집의 한계를 감안할 때 실제 집속탄 사상자는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단체는 또 지금까지 사용된 집속탄이 약 4억4000만 개이며 이 중 최대 1억3000만 개가 불발탄으로 남아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4개국 금지에 찬성 미-러-중 등 글쎄

집속탄의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현재 28개국이 집속탄을 생산하고 있으며 75개국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한도 모두 집속탄 생산보유국이다.

전 세계 200여 개 민간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집속탄반대연합(CMC)은 지난해 2월 집속탄 금지를 논의하는 첫 국제회의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뒤 지금까지 모두 84개국이 집속탄 금지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생산사용국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여 협약이 체결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발행하는 월드 투데이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1997년 체결된 대인지뢰금지협약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들 국가는 대인지뢰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집속탄 금지 협약이 체결되면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