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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 민감한 문건 친분만 믿고 건넸나

대선정국 민감한 문건 친분만 믿고 건넸나

Posted June. 25, 2007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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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재검토 보고서 유출의혹에 대한 경찰수사 결과 최초 유출자와 언론 전달과정이 일부 확인됐다. 그러나 보고서 유출 및 입수 동기, 보도 경위, 정치권 등 외부 입김 여부 등에 대한 의혹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특히 보고서 유출에서 보도까지의 과정에서 핵심고리 역할을 한 인물이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활발한 정치권과 연관이 있는 활동을 해 온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유출 동기는 친분 때문?=사실상 대외비 문건을 수자원공사 내 최고위직 중 하나인 기술본부장이 단순히 친한 학교 동료라는 이유만으로 대학원과정 동기생에게 넘겼다는 주장에 대해 경찰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우 본부장은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씨를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처음 만났는데, 문화컨텐츠 사업을 하는 줄 알았지 결혼정보업체 사장인지도 몰랐다며 젊은 사람이 성격이 활달하고 문화컨텐츠 사업을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줄 알고 준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수자원공사 조사기획팀 명의로 된 문건을 마치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것처럼 겉표지를 바꾼 뒤 유출했다. 수자원공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문건을 마치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 국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4개 기관으로 이뤄진 TF에서 만든 문건처럼 위조한 것.

이처럼 출처를 위조한 것은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손을 썼다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김 본부장의 보고서 유출이 독자적인 행위인지도 의문점이 남는 대목이다. 수자원공사에 입사해 최고위직에까지 오른 기술관료인 김 본부장이 정치적 파장이 적잖을 보고서를 유출하며 수자원공사 안팎의 윗선과 아무런 상의 없이 독자적인 행동을 했는지 경찰이 밝혀내야 할 의문점이다.

입수 동기도 의문투성이=김 본부장에게서 문건을 건네받은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 김현중 씨의 문건 입수 동기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김 씨가 자신의 사업과는 별 관계가 없는 분야의 문건을 건네받은 데다, 이를 언론에 보도될 것을 알면서 주간지 기자에게 건넸기 때문.

김 씨의 평소 행태는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김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라고 밝히고 있고, 유명 정재계 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올려놓아 인맥을 과시했다.

이런 점에서 김 씨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보고서 사본을 단순히 친분 때문에 주간지 기자에게 넘겼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찰도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는 김 씨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한편 김 씨는 24일 경찰의 발표 이후 자신의 미니홈피를 삭제했다.

김 씨가 과연 주간지 기자 1명에게만 보고서를 유출했는지도 의문이다. 김 씨의 지인은 김 씨가 정치적인 관심이 많고 활동 역시 활발했다고 전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문서를 정치권에 유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유출에서 보도까지 속전속결?=경부운하 보고서가 유출 된지 1주일 만에 언론에 보도된 것도 이례적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김 씨에게 보고서를 유출했고, 김 씨에게 이달 1일 넘겨받은 기자는 4일자로 이를 첫 보도했다.

경찰은 보고서 유출 및 언론보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김 본부장은 주간지 기자와는 안면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김 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수사=시정연 수사의 핵심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경부운하 타당성 검토를 시정연에 지시했느냐는 것이다.

시정연은 서울시의 관리 감독을 받으며 서울시의 당면과제를 연구하는 것을 주요 설립 목적으로 삼고 있다.

수사를 의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경부운하 타당성 검토가 서울시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명박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임기 중 자신의 대선공약 개발을 위해 산하기관에 이 연구를 지시했다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이 전 시장의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는 시점에서 이 연구가 시작됐고, 당시 시정연 원장이었던 강만수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이 연구에 참여한 세종대 이상호 교수 등이 현재 이 전 시장의 대선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시정연은 2004년부터 중장기 자체 정책과제로 서울시 교통 및 물류체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연구해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경부운하 타당성 검토도 의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