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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부도덕하다고 매도"

Posted August. 17, 200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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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자폭하라.

투쟁! 투쟁! 투쟁!

서울 A금융회사 빌딩에는 보기에도 섬뜩한 문구들이 적힌 플래카드 수십 개가 어지럽게 붙어 있다. 이 회사 노조가 임금 총액 56.6% 인상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은 22% 이상은 어렵다고 맞서 5월 초부터 4개월 이상 부분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임원실이 있는 22층 복도에 노조원들이 진을 치고, 지나가는 임원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바람에 맘 놓고 복도를 다니지도 못한다.

이 회사 임원은 참담할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조는 외환위기 이후 두 차례 임금 동결한 것을 만회해 달라고 주장하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경영진에 대한 폭언까지 일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기업 정서가 기업하려는 의욕을 감퇴시키고 경제 성장 잠재력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툭하면 경영진을 감금 폭행하는 강성 노조는 물론이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정부, 기업가를 부도덕한 졸부쯤으로 여기는 국민 등 한국 사회의 적대적이고 왜곡된 인식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러 가지 조사들은 한국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060대 남녀 2509명에게 기업에 대한 인상을 물어본 결과 다소 나쁜 편이다(52.7%)와 아주 나쁘다(6.6%) 등 부정적 인식이 5명 가운데 3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족벌경영 문어발식 확장 정치권력과의 밀착 빈부격차 심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액센추어의 조사에서도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세계 22개국 가운데 한국이 기업에 대한 정서가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이윤추구 단체가 아니라 사회봉사 단체로 착각하는 일도 많다. 현대자동차는 얼마 전 전혀 관계도 없는 모 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앞에 몰려와 미국에 시위하러 갈 여비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똥물을 퍼붓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고문은 기업의 투자가 줄고 해외로 탈출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반기업 정서가 한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을 봉으로 보거나 범죄집단처럼 취급함으로써 기업인들이 자부심과 사업 의욕을 잃는다는 것이다. 손 고문은 기업은 이윤추구를 통해 사회의 부()를 창출하는 경제주체라면서 기업 스스로 고쳐야 할 것도 많지만 특정 기업과 기업인이 잘못했는데도 모든 기업과 기업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풍조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연수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