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포틸로의 여행 프로그램 ‘한국의 멋진 철도 여행(Great Korean Railway Journeys)’. 사진 출처 BB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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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카버 영국 출신·번역가
그 변화는 관광 통계보다 영국 방송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국 방송인 마이클 포틸로가 기차를 타고 한국 각지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한 시즌 전체에 걸쳐 제작하고, 유명 예능인 스티븐 멀헌이 한국을 여행지로 선택했으며, BBC 라디오4가 한국 음식을 집중 조명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이 이제 영국 대중문화의 중심 무대로 들어섰음을 실감하게 된다.
나는 한국이 여행지로 거의 거론되지 않던 시절을 기억한다. 당시 동아시아 여행지는 대개 일본, 중국, 태국이었다. 한국은 경제 성장과 기술 혁신으로 존경받았지만, 휴가지로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언급되더라도 북한과의 관계나 6·25전쟁과 관련된 맥락이 대부분이었다. 수천 년의 역사와 역동적인 문화를 지닌 나라를 그렇게 좁게 바라봤다는 사실이 지금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이러한 인식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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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이 한국을 본격적인 여행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 가운데 하나는 최근 BBC2에서 방영된 포틸로의 한국 철도 여행(‘Great Korean Railway Journeys’) 시리즈다. 세계 각국의 철도를 따라 역사와 문화를 소개해 온 포틸로가 한 시즌 전체를 한국에 할애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의 시청자들은 K팝 팬이나 한국 드라마 애호가가 아니라 여행과 역사, 문화에 관심 있는 평범한 중장년층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한국을 이국적인 호기심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감 있는 국가이자 세계에 들려줄 이야기를 가진 나라로 소개한다. 시청자들은 고속철도와 유서 깊은 도시, 아름다운 자연, 전통마을, 6·25전쟁의 흔적을 함께 만난다. 무엇보다 따뜻한 한국인들의 모습은 남아 있던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허문다. 한국은 더 이상 낯설거나 어려운 나라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됐다. 멀헌의 한국 방문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평소 익숙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밝혀 온 그가 낯선 한국 여행을 즐기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한국은 충분히 가볼 만한 여행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변화는 한국 음식에 대한 영국인의 관심이다. 최근 BBC 라디오4는 대표 프로그램인 ‘더 푸드 프로그램(The Food Programme)’에서 한국 음식을 집중 조명했다. BBC 라디오4의 청취자들은 문화와 문학, 시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러한 채널에서 한국 음식이 깊이 있게 다뤄졌다는 것은 한국 문화가 영국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방송 밖에서도 확인된다. 20년 전만 해도 영국인은 김치나 고추장을 알지 못했다. 이제는 영국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한국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고, 한국 음식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도식 치킨 카레에 이어 한국식 치킨도 영국의 다채로운 식문화를 대표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음식은 한국을 알리는 가장 성공적인 문화 외교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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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은 진정성과 편리함을 모두 갖춘 여행지다. 뛰어난 대중교통과 잘 갖춰진 인프라, 높은 안전 수준, 풍부한 문화유산은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여행하기 쉬운 나라 가운데 하나로 만든다. 영국인들에게 한국은 이제 일부 애호가들의 틈새 여행지가 아니라 영국 사회의 주류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한국이 갑자기 달라져서가 아니라, 영국이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이제야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폴 카버 영국 출신·번역가